스터디카페, 고시원의 연말
고시원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어느 때보다 힘들고 추운 겨울이지만, 고시원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남편과 고시원에서 나오는 길에 오랜만에 한 입실자님을 마주쳤습니다. 반갑게 손을 맞잡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원장님, 고마워요. 원장님 덕분에 따뜻하게 보냅니다."
"아니에요. 000님, 저희가 오히려 감사하죠. 건강 잘 챙기세요."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아요. 방이 따뜻해서 정말 좋아요."
우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원장님 오시기 전에는 겨울마다 방이 냉골이었어요. 지금은 너무 따뜻해서 가끔은 더울 때도 있네요, 하하.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집이죠. 여기 계시는 분들,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그냥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만 해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원장님 덕분에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가슴속에서 울컥한 감정이 밀려와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이곳은 고시원, 삶의 터전인 입실자들이 바라는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큰 행복이자 소중한 일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000님, 앞으로도 계속 따뜻하게 해 드릴게요. 혹시 춥거나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고시원에서의 겨울은 전기세와 가스비 전쟁입니다. 나올 수 있는 수익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시원을 시작할 때 어느 선배는 고정비를 아끼고, 수익률을 높이려면 에어컨은 최대한 늦게 가동하고, 보일러는 짧게만 작동하라고 조언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겨울에 다른 고시원을 임장 하러 방문해 보면, 발을 내딛자마자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과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공기를 마주할 때가 많았습니다. 복도를 지나가는 입실자분들은 모두 얇은 패딩을 걸치고 계셨습니다.
이게 정말 맞는 것일까요?
고시원 선배님의 조언도 이해는 가지만, 그런 방식까지는 따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 진심입니다.
고시원도 사람이 사는 공간입니다. 저는 그분들께 돈을 받고 공간을 제공하는 원장이고, 입실자분들도 최소한의 생리적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아갑니다.
크리스마스 날, 생일을 맞은 오랜 입실자분에게 작은 케이크도 전달해 드리고, 시장에서 귤 한 박스를 사서 들고 돌아왔습니다. 오가는 길에 마주치는 입실자분들에게 "귤 좀 드세요!"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서로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카페에도 메리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새벽 청소를 하러 나가는 길.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공부하러 오시는 회원님들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특별한 날에도 아침 일찍 공부하러 오시는 회원님과, 새벽부터 청소하러 나온 우리 모두 각자의 성실함으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각자의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는 이렇게 자신만의 루틴으로 성실히 임하며,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유난히 힘든 2024년 12월이었습니다.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고, 힘이 듭니다.
내일이면 2025년 새해가 밝습니다. 새해에는 따뜻하고 좋은 일들만 있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봅니다.
독자님들, 작가님들 언제나 건강하시고, 평안한 하루하루가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