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선생님이 되다

- 워킹맘 강사 이야기 2

by 꿈데이즈

# 리본만드는 재미에 푹 빠지다


내가 사는 지역에 맘 카페가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정보방 같은 곳이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다양한 육아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 곳에는 배움방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중, 재능있는 엄마들이 저렴한 수업료로 다른 엄마들과 배움을 공유하는 코너였다. 다양한 수업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 중 리본 공예를 가르쳐주는 리본 배움방에 마음이 참 끌렸다. 딸 아이를 키우다 보니, 리본 장식에 당연히 관심이 많이 갔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리본은 여자아이들의 필수 아이템이었으니 말이다.


매일 아침마다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며, 어여쁘게 머리를 묶어 주었다. 엄마들은 딸아이를 예쁘게 꾸며주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기도 해, 예쁜 액세서리와 예쁜 옷이 늘 인기가 많았다.


어느날, 맘카페의 리본 배움 방에서 예쁜 헤어밴드 일일 수업 공지가 올라왔다. 일일 배움방이어서 큰 부담이 없이 배울 수 있었다. 나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아직 낯설기는 했지만, 리본 배움방 수업을 용기내어 신청했다. 늘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있다가, 이렇게 오전에 다른 육아를 하는 엄마들과의 시간이 아직은 참 멋쩍었다. 하지만 새로운 배움은 늘 '봄'과 같이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무척이나 떨리고, 초조한 마음으로 배움방 공지 사항에 있는 장소로 시간에 맞춰 수업을 받으러 갔다.


띵동 벨을 눌러 낯선 그 곳에 들어갔다. 다들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시며 애정어린 눈빛으로 인사를 했다. 난생 처음으로 엄마로서 무언가를 배우러 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처럼 리본을 배우려고 온 다른 엄마들도 6~7분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도란도란 수다와 따뜻한 커피와 함께 하다보니, 넉넉한 마음으로 배움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리본이라는 세상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것이 내인생 터닝포인트 아이템이 될줄은 몰랐던 채로 말이다.



그저 내 아이를 위한 예쁜 리본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정말 좋으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인연이 된다. 처음엔 그게 사랑이 되고, 인연이 될 줄 몰랐다. 무엇이든 인연과 기회라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오는 것이 맞나보다.




하얀 예쁜 모티브로 장식하고, 기본리본 접기를 배워 접어주었다. 머리밴드에 공단의 반짝이는 끈을 끼워주고 만들어둔 장식을 하나씩 둘씩 잘 데코하면, 아주 간단하게 뚝딱 예쁜 리본 액세서리가 되었다. 정말 신기하고 방실방실 재미있었다. 의상디자이너를 졸업하고 뭔가를 꾸미고 만드는 일에는 통 관심 가질 일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리본 만들기에 푹 빠졌다. 게다가 내가 직접 만든 내 아이를 위한 리본이라 더 애착이 갔다. 아! 내가 디자인을 공부했었지, 나는 뭔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었었지 하며 지난 내 모습이 떠올랐다.


무언가에 푹 빠지면 깊이 몰입을 하는 성격이라, 정말 오랜만에 이 리본 세계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날 밤부터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가며, 리본 재료를 파는 사이트를 찾았다. 그리고선 똑같은 재료를 여러 개 사, 똑같은 리본 액세서리를 스무 개 이상 만들어 딸아이 친구와 지인에게 선물했다. 선물이란 늘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분 좋은 일이라, 감사의 마음이 이렇게 쌓여서, 또한 무언가를 예쁘게 만든다는 기쁨도 그렇게 쌓여갔다. 게다가 직접 산 것보다도 훨씬 더 저렴하게 예쁜 아이템을 만들 수 있어 더욱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나의 리본 호기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단순히 하나의 리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내가 여러 인기 리본 제품을 보면서, 리본을 디자인하게 된 것이다. 워낙에 원단, 장식재들을 다루던 일을 하여서 인지 리본 원단 종류도 쉽게 알 수 있었고, 눈썰미가 좋아 리본 바느질도 쉽게 익혀 내 딸을 위한 예쁜 리본 액세서리들을 하나둘 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예쁜 리본액세서리들을 아이 머리에 달아주면, 왠지 아이가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고, 기분이 더 좋았다. 나는 점점 내 아이의 멋진 리본 디자이너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는 어린이집에 딸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다른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맨날 예쁜 리본을 어디서 사는 거예요? 너무 예뻐요.”

“아. 그거 제가 만드는 거예요.”

“정말요. 와. 손재주가 너무 좋으시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내가 만든 아이의 리본에 대한 칭찬을 종종 주변인들에게 듣기 시작했다. 가슴이 콩닥 뛰었다. 누군가에게 별것 아닌 것도 인정을 받으면 설레지 않는가. 학생들만 줄곧 가르쳐왔는데, 성인에게 새로운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다니, 왠지 나는 뭔가 새로운 걸 다시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리본은 딸아이가 네게 준 선물이다. 한낱 천에 가까운 소재가 요리조리 바느질로 마술을 부리면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엄마를 마술사로 만들어 준 딸의 선물. 딸을 키우느라 입시학원강사를 뜻하지 않게 관둬야 했지만, 그것은 다시 다른 기회로 다가와 내게 선물을 주었다. 자식은 그렇게 엄마를 아주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변신시킨다. 엄마라는 이름은 그래서 참으로 강하고 멋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 세상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든 엄마는 그 무엇도 될 수 있고, 그 무엇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 새로운 기회를 얻을 용기


'이젠 내가 배움방 강사가 되어야겠어.'

난 그동안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하게 만든 리본 액세서리를 예쁘고 보기좋게 진열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역 맘카페의 운영진을 찾아갔다. 용기를 낸 것이다. 방법은 없다. 우선 부딪쳐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배움방 강사가 되는지 알지 못했던 난, 그냥 내 작품들을 최대한 잘 정리하여 무작정 맘 카페 운영진을 찾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운영진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맘 카페 애칭 OOO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건 제가 만든 리본작품입니다.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것들이에요. ”


“와. 그러세요. 정말 예쁘네요.”


“제가 배움방에서 처음 리본을 배우게 되었는데, 이젠 제 배움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어서요. 제가 배움방 강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다른 엄마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겠어요. 저도 배우고 싶은데요. 대신 맘 카페의 규칙은 잘 지켜주셔야 됩니다.잘 부탁드려요"


"네(기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났을까? 난 무슨 큰 회사에나 붙은 것 마냥 가슴이 콩닥콩닥뛰고 기뻤다. 하마터면 야호 하고 소리칠 뻔 했다. '그래, 우선 맛보기 샘플을 만들어야겠어.'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대로 끄집어 내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얼른 집에 가 내가 만든 리본과 샘플로 보여줄 리본을 만들어 진열해 하나하나 정성껏 샘플 사진을 찍고 편집했다. 운영진이 만들어준 내 게시판에 제일 먼저 정성껏 만든 수업 샘플을 올린 후,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봤다.


나는 이렇게 맘 카페의 배움방 리본 강사가 새롭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많은 분들이 너무 예쁘다며 관심을 가지고, 배움방에서 배워보고 싶다는 분이 봇물처럼 쇄도했다. 그리고 이런 나를 응원해주시는 엄마들도 많았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는 초보 리본을 배우는 엄마들을 위해, 방법은 쉬워도 예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리본 아이템을 골라 첫 배움방 모집 공고를 냈다. 내가 원래 모집하려고 했던 인원보다도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다. 그리고 그렇게 설레는 첫 배움방 수업. ^^ 아이를 같이 키우는 엄마들과 즐거운 수다와 정이 오갔으며, 재미난 웃음소리로 수업을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배움방 수업이 끝나면 그날의 모습들을 일일이 예쁘게 편집하여 수업 후기를 다시 올렸다.

맘카페 수업 후기


용기를 가지면 길이 열린다. 인생을 두드리는 용기를 가질때 까지가 어렵지, 일단 용기를 가지면 문은 열리게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한 발 두 발, 아이가 처음에 걸음을 걸을 때 첫발 떼기가 어렵지 일단 걸음마를 배우면, 자꾸 더 잘 걷게 된다. 걸음을 걷다 보면 그렇게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나중엔 뛰게도 된다는 걸.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그런 걸음마를 엄마도 그렇게 다시 배워가 본다.



수업에 오신 분들과 다시 정다운 소통이 되며, 새로운 분들과의 인연이, 이렇게 나날이 나날이 커져갔다. 이렇게 작은 배움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리본 배움방은, 정말 꾸준히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총 3년 정도 운영이 되었다.


초·중·고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가르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나는, 이제 지역 맘 카페를 통해 대략 300여 명 이상의 작은 지역 엄마들과 소통하며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갔다. 윗 집에 누가 사는지, 아랫 집에 누가 사는 지 이웃들조차 알길 이 없었던 내가 말이다. 이 작은 배움의 호기심이 많은 이들과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소통을 만들었기에 이 소중한 인연의 기회에서 다시 또 새로운 다른 기회가 열렸다. 결국 모든 기회는 사람에서 시작하여 사람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나는 작은 지역 맘카페 리본 선생님에서 또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새로운 강사가 되었다.



인생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과 같다. 그럼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골대에 들어가는 공이고 싶다. 그러려면 자꾸 더 많이 튕겨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연습과 시도끝에 어쩌면 정말 내가 원하는 골 문으로 슝~들어갈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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