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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팍 Jul 20. 2022

나의 해방 일지 #3

#3 인플레이션 시대의 미국 생활 이야기

    나는 참 운도 없는 사람이라고 못난 자책감에 빠질 때가 종종 있었다. 남들 한창 제로금리로 주택 구매가 열풍일 때 해외 주재원 생활하면서 한국 소식엔 무덤덤했었고, 그 결과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했을 때, 귀국 후 무주택자였던 나는 이른바 '벼락거지' FOMO 증후군에 시달리곤 했다. 이윽고 큰 결심 끝에 미국에 왔더니 이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란다.. 환율은 1,300원이 훌쩍 넘고 있어서 환전하기에 손이 떨릴 지경이며, 불과 작년까지도 갤런당 2불대였던 미국이 지금은 갤런당 6불에 육박하고 있다. (1갤런에 5.5불, 1 USD=1,300원으로 가정해도 한국식으로 환산하면 리터에 1,900원 꼴이다.) 아~ 신이시여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20갤런 주유하니 한국돈 13만 원 가까이 나왔다; 그나마 이래저래 할인받고 집 근처 가장 싼 주유소에서 4.69불에 넣어서 만든 가격 *1갤런=약 3.78리터]

 

한국 짐을 모두 정리하고 왔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것을 새로 구매해야만 했다. 전기 규격이 달라서 가전제품은 대부분 버리거나, 당근마켓으로 염가에 처분하였고, 국제이사 비용 또한 많많치 않아서(인플레이션과 더불어 국제 물류비용 급상승), 비용 최소화를 위해 큰 짐들 역시 다 처분하고 의류, 책 등의 소품들만 우체국 택배를 통해 약 20여 박스를 보냈던 터였다. 미국의 가구는 IKEA 외 중고가 브랜드들로 양분화되어있어서 아주 저렴하거나(본인이 직접 들고 와서 하나하나 조립은 필수), 아주 비싸거나 했다. 그동안 주재원 생활하면서 제대로 된 가구에 목말라 있던 와이프의 소원도 들어줄 겸, 소파, 식탁, 마루 조명 등은 괜찮은 제품을 사기로 했고, 책장, 기타 소품 등은 IKEA에서 사기로 했다. 적절하게 저가와 고가를 믹스매치해도 인플레이션 시대에 새로운 살림 장만은 꽤나 큰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주말 오전에 동네 부근에 있는 브런치 집에서 가족 세 명이 식사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 한국에서도 결코 저렴하진 않았지만, 한주 동안 고생한 나와 가족들을 위한 소소한 사치이자 나를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라 생각했다. 미국에는 너무나도 맛있는 브런치 식당, 레스토랑들이 동네마다 즐비하지만, 현재 물가 수준에서는 꽤나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여기에 텍스 약 9%, 팁 20% 까지 더해지면 메뉴판에 적혀있는 가격에서 상당히 올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브런치 식사 후 50 USD라고 되어 있어도, 최종 결제금액은 약 85,000원에 육박한다. (환율 1 USD=1,300원 가정) 예전에는 무심코 곱하기 1천 원 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렇게 계산하다가는 큰코다칠 상황이다.


한국도 이제는 인건비가 싼 나라는 결코 아니지만, 상당히 시스템화 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이 많아져서 무언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대한 비용은 아직까지는 Affordable 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아직 다행히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사람 한 명의 도움을 받으면 무조건 100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싱크대 수도가 막혀서 문제가 생겨 아파트 관리인을 불러서 잠깐 도움받아도 100달러는 기본이며, 어딘가에서 정식 Plumber를 부르기라도 한다면 그 비용은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사도 본인이 직접 큰 화물 밴을 렌트해서 손으로 짐을 옮기는 경우도 많으며, 가구를 구매해도 대부분은 차에 직접 싣고 집으로 가지고 올라와서 손수 조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 40이 넘어서 오래간만에 몸을 쓸 일이 많아져서 가뜩이나 약해진 허리가 매일매일 수난당하고 있다. IKEA가구를 하도 조립해서 손끝이 얼얼하기도 하다.


미국 오기 몇 달 전부터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한인 유튜버들의 '한 달 생활비' 콘텐츠를 종종 찾아보곤 했다. 집 할부 값을 제외하고 최소 1천 달러(이거는 좀 많이 아끼고, 물가가 낮은 미시간 쪽 얘기긴 했다, 와이프는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에서 1만 달러까지도 얘기가 나오곤 했는데, 여기도 아무리 숨만 쉬고 산다고 해도 지금 수준에서는 2~3천 달러 이상은 우습게 나갈 거 같은 분위기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저렴하다고 유명했던 미국 식자재값도 작년 대비 20~30% 수준은 올랐으며, 다양한 공산품 가격 역시 한국과 비교하여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현실이다.(뭔가 꽉 막힌 듯한 글로벌 물류 여파도 작용한 듯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위한 비용은 줄일 수 없는 바, 당분간은 한국에서 처럼 자주 가는 여행, 주말마다 즐겼던 브런치, 시즌마다 새롭게 장만하던 옷 등은 잊고 살아야 할 판이다. 무언가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 찾아온 미국인데, 뭔가 시작부터 돈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다시 구속이 될는지 걱정도 된다.


(다음 회에서 계속)


*표지설명: 차량 물량부족 시대에 미국에 와서 처제 식구로 부터 바로 차를 구매하였는데, 8기통에 연비가 7L/KM 정도란다. 탱크도 커서 가득 주유시 20갤런, 약 75리터나 들어간다.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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