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이 커서 슬픈 짐승이여

by 호돌이

by 다슈니와 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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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접니다. 사실 과장된 제목과 달리 콧구멍이 특출 나게 크진 않습니다. 그냥 평균보다 조금, 아주 조금 큰 정도?라고 우겨봅니다. 사실 코도 큰데 실평수도 잘 빠진 편이라 구멍도 넉넉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뜬금없이 콧구멍 이야기를 한 건 바로 후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냄새에 예민한 편이다 보니 코와 연결 지어 본 것이지요.

우스갯소리로 시작했으나, 자료를 찾아보니 20여 년도 더 전에 독일 쾰른 대학에서 성인남성 95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콧구멍의 크기가 클수록 후각 능력이 뛰어나다는군요. 코의 크기와는 상관없고 오직 콧구멍의 크기만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코도 크고 콧구멍도 크니 객관적으로도 후각이 뛰어날 확률이 높아진 셈입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냄새가 있죠. 어떻게 보면 시각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주기도 하고요. 오감 중에 시각, 청각, 촉각, 미각은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후각만이 해마와 편도체에 직접 연결되어 있기에 기억(해마)과 감정(편도체)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불러일으킨다고 하고요. 이 방면으로 가장 유명한 소설은 역시나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겠지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베어 물고 그 맛과 향기를 통해 느낀 데자뷔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 완독을 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바로 그 소설.

슬프게도 저는 향기를 통해 우아하게 과거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는 적습니다. 대체로 그냥 직관적으로 괴로워하는 편이지요. 좋은 향기라고 해도 그 농도가 짙거나 너무 강한 향이면 코 안쪽이 시리다 못해 눈까지 아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향수도 어지간하면 쓰지 않습니다. 특히나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이런 향기를 지속적으로 맡으면 두통까지 올 지경이에요.

게다가 악취에도 약합니다. 땀냄새나 암내, 쉰내 등등 여타의 냄새도 역시나 유난히 예민하게 느끼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름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높은 확률로 고통받게 되곤 하지요. 더워서 땀이 나거나 체취가 강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긴 해도 세탁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나는 냄새는 제가 직접 빨래를 도와주고 싶어 지곤 합니다. 신비로운 과학의 마법인 세탁에 대해서 생각보다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저처럼 유분의 분비가 높은 지성인의 경우에는 세탁물의 알칼리성을 높이고 온도도 높여서 지방산만 잘 제거해 줘도 옷에서 쉰내가 냄새가 나지 않는데 말이죠.

연초의 경우에도 저를 괴롭게 하는 냄새입니다.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저로서는 역시나 연초 태우는, 태운 후의 냄새도 견디기 힘든 편이거든요. 어쩐지 늘어놓다 보니 참 예민하기도 하다, 어떻게 사나, 싶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긴 합니다. 그냥 콧구멍이 커서 혼자 조용히 슬픈 정도랄까요.

그래도 좋은 점이 있긴 합니다. 맛있는 냄새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맛이라는 건 단순히 미각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 후각도 함께 더해져야 하는 것이니만큼 저는 조금이나마 더 맛있게 먹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지인들을 후각으로 기억하고 판별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를 좋아한답니다. 즐겨 쓰는 샴푸나 린스, 트리트먼트나 바디워시, 화장품, 로션,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체취, 즐겨 먹는 음식, 집에서 나는 냄새,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등. 그 모든 것이 모여 그 사람을 이루는 특별한 향이 만들어지곤 하죠.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 본연의 매력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겠지만요.


세탁이 잘 된 수건의 뽀송한 냄새를 꼭 맡아보는 호돌이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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