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호돌이
제목을 쓰고 보니까 어쩐지 홍철 없는 홍철팀이 생각이 나네요. 아이유 님 없는 아이유팀 이라던가 말이죠. 모름지기 어떤 행위에는 목적이나 이유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글쓰기의 육하원칙처럼 말이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아이들의 행위에는 대개 목적이나 이유가 없기에 육하원칙은 타인과 소통하고 사고하는 방법론의 기초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이름표를 다는 법을 배우는 거죠.
그런 것들을 내면화하다 보면 이제 목적이나 이유 없는 행위는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게 보면 어른이 된 거고, 효율적인 인간이 된 것이고, 사회화가 이루어진 거겠지요. 그런 우리에게 세상은 갑자기 정반대의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Ai의 시대에는 목적이 있는 모든 생산적 행위가 대체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말이죠. 송길영 작가님의 서적이나 유튜브의 조언은 그래서 언제나 제 마음을 서늘하고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뭐가 돈이 될까요?”라는 질문에 “돈 되는 건 전부 Ai로 대체될 겁니다.”라는 답변을 듣는, 목적 지향적으로 키워진 우리 성실한 일꾼들의 패닉은 당연한 거겠죠?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비명에 송길영 작가님은 답변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하세요. 그게 돈이 될지 안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재밌었다면, 그걸로 오케이 아닐까요?” 속 편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에는 분명 미래의 편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걸 파괴하는 새로운 질서. Ai와 로봇의 시대에 그들은 모든 인간의 직업을 없애버리고 말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는 Ai혁명의 날 이후에 부서지고 너덜너덜해져, 누더기가 되어버린 전문성의 파편을 쥐고, 앞으로의 초라한 삶을 기워나가야 하겠지요.
처음 글을 쓸 때를 생각합니다. 1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작고 소중한 원고료를 정산받고 기뻐하던 그때를. 당시에 주변에 거들먹거리며 씨불여대던 제 주둥이에서 나온 말들. 혼자 좋아서 쓸 거라면 일기장에나 써라. 프로라면,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작가라면 독자를, 소비자를 의식해야 한다고.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을 써라. 그것이 바로 프로의 품격이며 대중소설 작가로서의 긍지라고 주접을 떨던 제가 떠오릅니다.
제가 쌓아온 그 말들이, 이유와 목적이 저를 옥죄고 괴롭힙니다. 대 유튜브의 시대, SNS의 홍수, 누구나 PD와 작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되는 시대. 취향은 잘게 쪼개지고 유행과 트렌드라는 말조차 진부해진 작금의 시대.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글을 쓰는 전업 작가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때론 이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 절망적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걸 좋아하고, 모든 걸 싫어하고, 모든 걸 사랑하고, 모든 걸 혐오하는 것 같습니다. 대중을 현혹하던 매스미디어와 언론직필은 힘을 잃고 반대로 모든 개인들이 빛을 밝히고 동시에 모두가 세상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 절망적인 질문에 다슈니의 삶과 대답이 한줄기 희망이 되곤 합니다. 재밌어서 하고 그냥 하는 것. 결국 저는 제가 그토록 비웃던 아마추어와 어린아이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제 목적과 이유를 잊고 그곳에 제 본연의 어린아이를 앉혀놓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뭘까? 언제 웃고, 울고, 기뻐하고, 행복하고, 괴로울까. 어른이 되면서 꽁꽁 싸매놓고 가둬놔서 그런지 그 아이는 좀처럼 대답하지 않지만. 언젠가 활짝 웃으며 대답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월의 풍파 속에 파묻힌 꼬마 호돌이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