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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엘리 Dec 25. 2023

요라나! 타히티!!

남태평양을 위를 날아 프렌치 폴리네시아 타히티에 뿅

뉴질랜드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 여행 출발할 때 맥도널드에 들러 요기를 하는 것이 ‘국룰’이라는데, 남편과 나는 국룰은 지키지 않는다. 맥도널드에 안 간지 이십 년은 된 것 같다. 대신 우리만의 불문율이 있다. 큰 도시에 갔을 때 중국집에 들러 짬뽕과 짜장을 먹는다는 것이다. 언제 또 중국집에 갈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번에는 해외로 장거리 여행을 다녀와야 하니 기쁜 마음으로 더욱 든든히 먹어둔다.


짬뽕과 짜장으로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다. 기분 좋게 체크인을 하고 공항에 앉아 구글 지도를 검색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어지간히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바다 한가운데 너무 작은 점이라 보이지도 않는다. 티니 타이니, 작디작은 섬 들이다. 오클랜드에서 비행기로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린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수도와도 같은 타히티 섬에 착륙해서, 모레아 섬과 보라보라 섬을 들러 돌아오는 일정이다. 구글 위성 지도를 확대하고 확대하고 확대해서 보면, 깨알같이 작은 섬의 주변이 검푸른 색으로 짙고 깊은 바다가 아니라 티파니 블루 같은 빛나는 밝은 하늘색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지도 위에서부터 벌써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곳이 목적지다.

프렌치 폴리네시아
모레아 섬 / 보라보라 섬 (구글 맵 화면 캡처)


오클랜드 공항에서 약간의 환전을 했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퍼시픽 프랑(XPF)을 사용한다. 호텔이나 리조트 내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겠지만, 그 밖의 경우 현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퍼시픽 프랑으로 환전이 안되므로, 뉴질랜드를 경유해서 가는 경우라면 뉴질랜드 공항에서 환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검색을 해보니 타히티 공항의 환전소는 운영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금요일 저녁 7시 반 비행기다. 뉴질랜드 양 떼 같은 보송보송 하얀 구름과 붉게 물드는 석양을 뒤로하고 태평양의 섬들을 향해 비행기가 떠올랐다. 후식으로 준 뉴질랜드 카피티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잠을 조금 잤다. 잠시 후 잠에서 깨어 몽롱한 상태로 타히티의 파아 국제공항에 내렸다. 하루가 지난 것 같지만, 도착 시간은 금요일 새벽 1시 반이다. 꽉 찬 금요일이 다시 시작되었다. 깊은 밤에 내린 손님들을 위해, 공항에서는 환영의 춤과 노래를 라이브로 공연하고 있다. 더운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지고, 벽면에 매달린 대형 팬의 윙윙대는 소리와 막 도착한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가 뒤섞였다. 다른 세상이로구나.  


입국 심사를 마치고, 예약해 놓은 셔틀을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거의 새벽 3시가 다 되어간다. 방에 들어갔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인사말, 요라나(Ia orana)를 나뭇가지로 써서 침대에 귀엽게 올려놓았다. 귀여웠지만 얼른 치우고 잤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서 철썩 거리는 파도 소리가 잘 들린다. 하늘은 맑고 더운 햇살과 공기가 몰려든다. 뉴질랜드는 대체로 바람 불고 추워서 여름에도 제대로 된 하늘하늘한 얇은 원피스를 잘 안 입는 나로서는 이 햇살과 온도가 참 반가웠다. 얇고 가벼운 원피스만 후루룩 걸치고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가볍고 경쾌하다. 기분이 좋다.


일정이 빠듯한 많은 관광객들이 그렇듯 타히티는 다음 섬으로 가기 위해 스치듯 지나가는 곳이다. 남편과 나도 아침을 먹고 타히티를 떠나 모레아 섬으로 간다. 예약된 셔틀을 타고 모레아로 가는 아레미티 페리가 있는 항구로 갔다.


항구 주변에 뭐가 있나 기웃거리고 싶었지만, 배 시간이 빠듯해 멀리 가지 않고 페리 터미널에서 보이는 곳만 봤다. 열대의 나무와 나무에 핀 커다란 꽃들이 이국적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은 최대한 움직이지 않을 심산으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모닝 커피 노노, 모닝 맥주를 들이켠다.


잠시 후 페리가 출발하고, 흔들흔들 넘실넘실 파도를 타고 모레아 섬을 향해 출발했다. 모레아 섬에 가까워지자 푸른 라군이 저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면서 매일 바다를 보는데도, 남다른 바다 색깔이 보이자 설렌다. 약 40분 정도가 걸려, 무레아 또는 모레아 섬에 도착이다. 역시나 예약된 셔틀을 타고 모레아 섬의 북쪽에 있는 힐튼 호텔로 향했다. 섬 중앙에 높이 치솟은 산과 라군으로 둘러싸인 하트 모양의 섬이 비현실적이다.


항구는 섬의 동쪽이고 힐튼 호텔은 섬의 북쪽이라 셔틀은 반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갔다. 가는 길에 첫 번째로 만나는 전망대에 잠시 서서 바다를 내려봤다. 아래에 소피텔 리조트의 오버 워터 방갈로가 보인다. 모레아 섬에는 원래 다른 리조트가 몇 개 더 있었으나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현재는 몇 개의 작은 숙박업소와 대형 체인 호텔로는 힐튼과 소피텔 리조트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리조트 시설과 편의성, 풍경으로 보면 모레아보다는 보라보라가 더 낫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합의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모레아 섬의 오버 워터 방갈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비용 절약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타히티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쉽게 올 수 있으므로 다른 대부분의 섬이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것에 비해 교통비가 적게 든다. 또한, 보라보라 섬에 비해 모레아 섬의 워터 방갈로 이용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라보라 섬에서만 6박을 하는 경우와 우리처럼 모레아 3박, 보라보라 3박을 할 때의 숙박료는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 또한 같은 액티비티라도 모레아 섬의 비용이 적게 든다. 실제로 상어 & 가오리와 함께 스노클링 하는 액티비티는 보라보라 섬이 모레아 섬보다 약 3배 정도 비쌌다.  


머니는 중요한 문제지만, 어쨌든 숙박료와 교통비는 선불로 한참 전에 지불했으니 여행지에서는 잊도록 한다. 힐튼 호텔에 도착해,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라군을 바라보며 히나노 앰버 생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블로거 ’타히티에 사는 됴디'님이 ‘히나노’ 맥주보다 ‘하오’ 맥주가 더 맛있다고 해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리조트에서는 히나노 맥주만 팔았다. 역시 맥주는 라거보다는 에일이 제맛이다. 세상 모든 걱정이 하나도 없다. (원래 걱정 따위는 넣어두고 살긴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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