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한기가 목 주위를 감싸고 코끝과 귓바퀴를 벌겋게 할 때면
언젠가부터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나온 바깥, 노을빛이 금속 안경테를 비출 때,
사랑하는 이와 손깍지를 끼고 수국이 꽃핀 샛길을 따라 밤산책을 나설 때,
생각에 잠긴 새벽녘, 짙은 남색과 희미한 안갯빛이 섞인 창 밖으로 귀 기울일 때,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기 2시간 전 꾸던 꿈의 희미한 분위기만 기억에 남아 눈을 떴을 때,
따뜻한 날씨가 만연하던 달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귀뚜라미는 울어댔다.
목도리를 찾기 위해 옷장 깊은 곳을 뒤적거릴 때면
귀뚜라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 죽어버린 걸까.
군 시절, 두돈반 바퀴의 기름과 먼지로 더럽혀진 눈 때문보다도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