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소년 Jun 20. 2017

첫 직장에서 체력을 잃었던 어느 직장인의 운동 이야기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열심히 운동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표현하진 않았지만 잠시 당황했다. 비어요가 행사에 두 번이나 참석했던 분인지라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시간을 내서 운동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여태껏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분들은 운동이 삶의 일부이거나 특정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의 사람을 만나게 돼서 걱정이 앞섰다.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그래서 보통 직장인의 표준이지 않을까 해요." 


걱정했던 내 마음이 눈 녹듯 가라앉았다. 화연님의 한 마디에 오히려 더 좋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꾸준히 이어 나가기 힘든 직장인의 이야기지만, 운동이 나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길 원하는 직장인의 이야기. 뭐 그래서 회사일 때문에 운동을 놓게 되는 직장인 분들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최근 클래스픽에서 진행했던 비어요가에 두 번씩이나 참석하시면서 인터뷰까지 하게 된 송화연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봅니다. 







#1 첫 직장, 내 체력이 내 체력이 아님을 느끼고


직장에 들어가고 난 후에 스피닝이랑 줌바를 시작했어요. 예전엔 대학교 때 교양 수업으로 태보랑 핫요가를 했었고, 중국에 유학을 갔을 때는 그냥 운동장에서 달렸어요. 그것 말고는 딱히 제가 시간을 내서 헬스장을 등록해서 운동을 하러 가진 않았어요.



그럼 스피닝이랑 줌바는 어떻게? 

첫 직장에 들어가서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전까지 감기 때문에 병원을 가본 적도 없는데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감기를 달고 살았고 대상포진도 걸렸죠. 신입 때 재밌게 일하긴 했지만 초반에 굉장히 바빴거든요. 체력이 조금씩 약해지더니 체력이 거의 바닥까지 가서는 내 체력이 내 체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것 말고는 이유가 따로 없었어요. '살을 빼기 위해'라기 보단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어요.



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제 친구가 생각나네요. 제 친구도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했거든요. '시간 내서 운동 해~'라고 처음에 얘기했지만,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된다는 친구의 말에... '진짜 운동할 힘도 없겠다.'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일도 생산적으로 하려면 건강이 정말 중요할 텐데.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그 친구의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근데 많고 많은 운동 중에 굳이 스피닝이랑 줌바를 한 이유가 있어요?

일단 전 혼자 운동을 잘 못해요. 그마만큼 운동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가 없어요. 앞에서 얘기하긴 했지만,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사람들 많이 모여서 다 같이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게 됐어요. 헬스장에 GX(GROUP EXERCISE) 수업에 스피닝이랑 줌바가 있어서 시작하게 됐죠.

그리고 그때 사수님이랑 같이 운동을 했어요. 서로 공격적으로 경쟁을 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사수님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엄청 많으셨었거든요.



운동은 얼마나 했어요?

6개월 정도 했어요. 주말 빼고는 거의 매일 갔었어요. 헬스장도 회사 근처로 잡아 놓구요. 회사 일 끝나면 집 가기 전에 운동을 갔다가 집으로 가는 패턴이었어요. 그렇게 마음먹고 하다 보니깐 굳이 저녁에 약속을 잡진 않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체력은 다시 돼 찾았구요?

6개월 꾸준히 하니깐 돌아왔어요. 근데 6개월 후에는 그만뒀어요. 



6개월 정도 꾸준히 하셨으면 그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나갈 만한데. 왜 그만..

처음 직장에 들어가선 신입이라 적응하고 하느라 좀 바빴고, 그 이후에 6개월 정도는 운동할 여유가 됐어요. 이후 갑자기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야근도 자연스레 늘고 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지더라고요. 조금 여유라도 있으면 운동을 잠시 하고 다시 회사 와서 일을 할 텐데 그때는 일 끝나면 무조건 집에 가서 쉬자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예요~.



화연님이랑 비슷한 직장인분들이 많을 것 같다. 첫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고 어느 순간 내 몸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하는 직장인분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일정 기간 열심히 하더라도 회사 일이 많아져서 운동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들.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두고 '의지가 부족하다는'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거 가지고 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1차적으로 필요한 건 절대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헬스장을 오래 다니다 보니 헬스장에 꾸준히 나오다가 한동안 얼굴을 못 보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한참 지나면 다시 헬스장에 나타난다. 몸은 예전 같진 않아 보이지만, '한 동안 일이 바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이 바빠졌다는 화연님,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퇴사를 하게 되었다. 








#2 음악, 혼자 보단 함께, 즐거움


퇴사를 하고 6개월 정도 휴식을 가졌어요. 중국에 있는 친구네서 신세 지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가 있던 지역이 헬스가 발달한 곳이 아니라서 주로 자전거를 타거나 자유 수영을 했었고요. 한국에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외식업을 하던 곳이라 자연스레 많이 먹고 마시다 보니 살이 찌게 됐어요. 최근 한 달은 프리랜서로 일 하며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어요.



사전 질문지에 방송댄스를 하신다고 했는데 언제 시작하셨어요?

음 6월 1일에 시작했으니깐 오늘까지 총 5번 했네요!



아~ 진짜 얼마 안 되셨군요(웃음) 전 3개월 정도 하신 줄 알았어요. 

네 최근에 시작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면서 '시간이 있을 때 운동을 시작하자'라는 마음으로 방송댄스를 등록하게 됐어요. 특히 방송댄스는 '지금 안 하면 못 배우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방송댄스, 저에겐 생소해요. 굳이 방송댄스를 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헬스는 너무 하기 싫었어요. 혼자서 운동할 의지는 여전히 없고요. 그래서 다 같이 할 수 있고, 운동이라는 압박감을 덜 받을 수 있는 방송댄스를 택하게 됐어요. 

실제로 해보니깐 노래에 맞춰 춤만 추는 건데도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진짜 좋아요. '춤을 춘다', '땀이 난다', '기분이 좋다', '춤도 운동이 된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FLOW가 형성된달까? 제가 운동을 택하는 기준은 '일단 재밌어 보여야 한다'인 것 같아요.

이번에 클래스픽에서 진행했던 비어요가도 처음엔 친구가 추천해서 하긴 했는데, 두 번이나 참석했던 이유는 재미 때문이거든요. 맥주와 함께 요가를 한다는 자체가 되게 재밌잖아요? 좋아하는 맥주도 마시는데 요가도 같이해서 죄책감도 덜하구요. 비어요가 끝나고 2차를 가긴 했지만 말이죠.

(화연님이 두 번이나 참석했었던 비어요가가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화연님이 참석했던 비어요가'https://www.facebook.com/classpick1/videos/pcb.711323462385178/711320095718848/?type=3&theater )



그러네요? 방송댄스, 비어요가, 그리고 예전에 하셨던 스피닝, 줌바, 태보까지. 다 뭔가 공통점이 있네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딱 들어도 재밌어 보여요. 

아, 그리고 지금 든 생각인데. 다 음악이 있었어요. 제가 해왔던 운동들을 보면 항상 음악이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음악에 빠져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잊곤 했었네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운동의 지속성은 좀 더 커지는 것 같다. 혼자 운동할 때 자주 개입하는 작심삼일. 그 작심삼일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얼마 전에 클라이밍을 하는 분도 그랬고, 최근에 요가 지도자의 과정을 밟고 있는 여자친구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에너지를 받고 있다.

거기에 음악과 재미라는 요소가 가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이 있다면, 화연님처럼 함께 하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시작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3 나에게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사전 질문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제가 운동을 안 했으면, 퇴근하고 TV 보는 걸로 시간을 채웠을 거예요. 아니, 그러기도 했구요. 최근까지도 그런 시간들도 많이 보냈어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TV 보고… 근데 막상 TV를 보면 '이 시간에 줄넘기나 할걸'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도 귀찮아서 안 하고, 그럼 또 자책하고. 제 기준에 생산적인 것 중에 하나가 '운동'인데, 요즘엔 춤을 추면서 땀을 흘리니깐 '아 오늘도 시간 참 잘 썼다', '나에게 건강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고 답변드렸던 부분이에요.


음. 아마도 화연님 기준에 시간을 헛되이 썼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었으니깐 또 이런 걸 느끼고 있는 거겠죠? '시간을 잘 쓰고 있다'라고 느끼는 도구는 사람마다 진짜 다를 거예요. 그죠? 누군가는 독서를, 누군가는 영어공부를, 또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감정을 느낄 것 같애요.

맞아요. 기준 자체는 정말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이건 제 기준이니깐 말이죠 (웃음)

.

.

.


인터뷰를 하는 날 화연님은 다시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셨다. 








#4 운동이라는 게 앞으로 화연님에게 어떻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화연님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음...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운동스타그램 #헬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인증을 많이 하잖아요. 제 주변엔 특히나 NRC(나이키 런 클럽)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을 보면 '건강하게 산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운동을 하면서 삶 자체가 건강하게 바뀌는 것 같달까? 운동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운동을 시작해서 삶이 건강하게 바뀌고 좀 더 재밌게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깐 운동이란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을 떠나서 운동이 제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았으면 좋겠어요. 제 삶의 일부처럼요.

새롭게 일하게 된 직장에서는 아프지 않은, 건강하고 유쾌한 친구로 자리 잡아야겠단 목표가 생기네요.









화연님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내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 '운동하는 사람들'은 운동어플 '클래스픽'을 통해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운동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직장인 분이라면 클래스픽에 있는 운동 클래스 중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딱 보기에도 재밌어 보이는 클래스'로 운동을 시작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클래스픽:http://bit.ly/2naXx5w 






1편:운동하는 사람들 첫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wo-motivator/120


2편: 어느 30대 여자 직장인이 운동을 '꾸준히'하는 이유

https://brunch.co.kr/@wo-motivator/122


3편: 성취감이 짜릿한 운동, 클라이밍

https://brunch.co.kr/@wo-motivator/128





매거진의 이전글 성취감이 짜릿한 운동, 클라이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