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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Sep 12. 2024

참새의 낙담

내려놓기와 비우기의 연습

참새는 오리의 배를 그늘 삼아 쏙 들어갔고, 

푸근한 기운이 감돌자 다시 아까처럼 즐거운 듯이 실룩거리며 재롱도 부렸다.   

  

"허허! 둘이 꼭 짝꿍 같잖아? 그래, 일단 둬 보자."     


역시 인정이 많은 농부라고 생각했다. 


그들 중 건초더미를 가지러 갔던 한 명이 돌아오면서, 나무로 만든 거친 새장을 하나 가져왔다. 


아무래도 야생의 새들을 위해 숲을 돌보는 분들이 설치해 둔 둥지를 집어 온 것 같았다. 


그래도 제법 크기가 커서 지붕 하나를 떼고 참새와 오리를 욱여넣으니, 

좁은 감은 있지만 밀짚모자처럼 튀어나갈 염려는 업었다.  

    

"가는 동안 밖으로 떨어지거나 건초에 똥을 싸면 안 되니까~ 

여기 새장 안에 좀 있으렴. 둘이 싸우지는 않겠지?"     


새장 속에 낀 채로 수레가 출발하자, 오리가 참새를 표독스레 쏘아보았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여기서 싸우지 말라는 말 못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우스운 꼴이 되었다고 무시하는 게냐?"

     

"아니요. 살아서 천만다행이예요. 전 그게 다예요."     


"살아계셔서~ 라고 말해. 너가 아니었어도 죽진 않았어!"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참새는 조금 서운해졌다. 

오리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 앞에 나선 일이 바보짓처럼 느껴졌다. 


오리는 아까 목을 졸린 후유증인지 쉰소리를 내며 말했다.

     

"잘 피했다면 빠져나가 들판을 뛸 수도 있었을 텐데~ 너 때문에 망쳐버렸잖니! 

우리 안에 갇혀있는 꼴이라니... 정말 비참하구나."     


오리는 진심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 같았다.   

  

참새도 더 이상은 오리를 위한 모험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제가 당신의 말에 따르느라고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아세요? 

근데 하나도 소용이 없었잖아요. 치자물을 들인 게 잘못이라는 말씀도 다 늦은 뒤에나 해주셨고요~ 

분명 아까는 저한테 살려달라고 발버둥치신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란 말씀이죠? 알겠어요! 

제가 바보짓을 한 거로군요! 다시는 교장님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 않겠습니다!"  

   

참새는 처음으로 이렇게 긴 항변을 쏟아내 보았다. 

목이 쉰 오리처럼 자신의 목도 따끔따끔 아파오는 것 같았다.       

    

한동안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오리는 새장의 위로 빼꼼이 고개만 내밀어 온몸에 힘을 빼고 있고, 

참새는 가운데 뚫린 동그란 입구에 부리를 올리고 무기력한 자세로 몸을 늘여 쉬었다. 


한참을 졸았나 보다.     


-덜컹덜컹-     


수레바퀴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온다. 





- 내일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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