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법칙
이미 사람 손에서 애완용처럼 놀아 본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도 참새는 그들을 즐겁게 만들면 더 쉽게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마냥 사랑스러운 표정도 지어보이며 농부들의 마음에 들 궁리를 하고 있다.
중간에 손수레를 멈추고 별구경을 하던 농부가 바짝 들여다보자, 눈도 마주치며 깜빡여 주었다.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봤나? 허허~ 빠져나간 줄 알았는데, 요렇게 잘 놀고 있다니!
마침 건초를 덮어줄 참이었거든."
참새의 애교가 통한 게 틀림없다.
다정하게 건초를 덮어 참새와 오리가 춥지 않도록 돌봐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리까지 안전을 보장받기에는 부족했다.
오리는 한마디도 않고 잠자코 있는 중이다.
떠들었다가는 바로 죽임이라도 당할지 모르니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가만, 그럼 건초더미부터 올려야지. 내가 다녀오겠네! 자네는 그 오리를 보고 있게나!"
“어! 이거 구워먹으면 황토구이로 5~6인분은 나올텐데, 아쉽네, 쩝!”
“뭐, 아랫집에서 자기들 게 아니라고 하면 그때 굽던지~ 하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참새는 오리가 죽을 것을 상상하면
아빠 참새를 독수리에게 잃었다는 걸 알았을 때만큼이나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 이익만 생각하던 오리로 보일 때는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누군가 죽는 모습을 또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농부들이 농담처럼 주고받은 그 말속에서 세상 끝의 위기를 느낀 참새는
또 한 번 재주를 부릴 묘안을 떠올렸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건초에 덮여 밤하늘의 별을 세는 이 평온한 밤을,
오래토록 더 길게 누려봤으면 했다.
"깨꼬닥~"
참새는 입에 거품을 내밀며 먼저 죽은 척을 해 버렸다.
이런 건 예전에도 해봤기에 나름대로 자신 있는 ‘연기’였다.
"어? 병아리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죽으면 안 되는데..."
영민하게도 참새의 예상은 꼭 맞아떨어졌다.
오리를 보고 있던 농부가 급한 대로 손수레 위의 오리를 채근하고 있었다.
오리 발을 들어 참새를 툭툭 건드려 본 것이다.
곧바로 참새는 벌떡 기운을 차리더니 오리 옆으로 찰싹 붙었다.
죽이지 말라는 듯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오리의 짧은 다리를 끌어안고 부리를 문질러도 보였다.
"뭐야, 이 병아리 놈! 오리를 좋아하네?"
아까 낮에 만난 험상궂은 사람들과는 달리 농부는 참새의 감정을 읽어 주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