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살리려 한 노력과 꽁지를 뽑으려는 결심마저 인정받지 못한 참새
“진짜로 기절을 하시긴 했었나 보네요. 의식이 없었으니 제가 어떤 희생을 했어도 모르시고요?”
울음을 애써 삼키며 대항하는 참새를 보는 오리의 표정에도
사실은 미안함에 축져지는 눈썹이 실룩거려 보인다.
그래도 위엄을지키려는 건지, 헛기침을 난데없이 ‘큼큼’ 하더니 참새를 씽크대로 밀어 빠트린다.
"거기서 몸이나 좀 씻거라. 그동안 넌 엄청~ 지저분해졌구나. 안 그래도 어둔것이... 쯧쯔!"
오리가 부리로 눌러주는 수도꼭지 아래서 대차게 쏟아지는
물을 시원하게 맞고 있는 참새는 한바탕 깔깔거리며 웃어 제낀다.
"하하하~! 그러니까, 지금 교장님은 하나도 안 아프신 거네요!
예전이란 완전 성격이 똑같으니까, 완전히 돌아오신 거네요?"
오리도 참새의 장난기 섞인 대꾸에 살포시 둥근 미소를 띄고 만다.
"아휴~ 피곤한 녀석 참, 대체 넌 미워할 수가 없구나..."
시원하고 깨끗하게 샤워를 마친 참새는 싱크대 위로 총총거리며 올라섰고,
오리는 다시 수도꼭지를 부리로 들어 물을 잠가 주었다.
이제야 손발이 척척 맞는 한 쌍의 팀이 된 것 같았다.
곧이어 문밖으로 나가 가능한 멀리~ 그 위험한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위해 함께 내달리던 참새와 오리는 어느 정도 안전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길목에 다다르자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런두런 그들의 이야기는 해질녘을 지나 어둠이 깔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병아리 수업은 이제 닭들이 관리하기로 했어. 뉴질랜드에서 새로 온 신종 수탉이 교장을 맡았지."
"그럼... 쫒겨나신 거예요? 저처럼?"
"무슨 그런 말이 다 있니? 내가 너한테 언제 그랬다고!"
"저는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거든요. 지금도 묻지 않으시잖아요.
그럴 줄 알면서 일부러 저를 곤란에 빠트리려고 돌려보내셨던 건 아녜요?"
"그동안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 같구나. 난 그저 평범한 오리로 돌아왔을 뿐이야. 많이... 힘들었니?"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오리 앞에서 이제 참새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오리의 그 말이 위로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참다가 꽁지깃을 내보였다.
"멋지게 자라고 있었구나. 근데 울다니~ 뭐가 그리 서러웠냐?"
"저 이 꽁지깃털을 뽑아주세요! 하나도 남기지 않게요."
"뭐야? 여전히 넌 불손하구나. 어떻게 엉덩이 뒤에 붙은 깃털을 나보고 처리하라는 게냐?
더러운 것도 여전해!"
참새는 억울하고 슬픈 기분으로 돌아갈 뻔했지만,
지금 유일하게 자신의 곁에 남아 자기의 슬픔을 알아주려는 존재는 이 오리 교장뿐이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 더는 화가 나지 않는다.
- 다음화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