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무디 Sep 03. 2024

참새의 용기

위기의 상황에서 결단력을 발휘하는 모습 

사람들에게는 비록 “짹짹!” 소리로밖에 안 들리겠지만, 참새는 포기하지 않고 목청껏 울어댔다. 


어쩔 수 없이 눈에는 띌 수 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아니~ 이게 뭐야? 혹시 이 누렁이 녀석이 생쥐 짓을 하고 다닌 건가?”     


“그러게 말야! 에잇, 치워버리자.”     


솥뚜껑 같은 두터운 손을 휘두르며, 

참새를 누렁이라고 격하시킨 사람은 꽤 험상궂은 표정으로 동시에 오리에게도 접근했다.     


“아휴~ 내 이 오리 한 마리 먹겠다고 진땀을 다 빼고 왔네.”  

   

“그러게 말야. 자네 쥐덫 구한다고, 어디까지 다녀왔나... 

이 누렁녀석이 쥐는 아니니까 청결도는 좀 나을래나. 좋게 생각하지?”     


“휴~ 알겠네, 알겠어. 껄껄껄~ 그럼 저 오리 털부터 얼른 뽑자구!”  

   

“이리 내보게, 내가 하겠네!”     


참새는 자신의 연갈색 깃털에 물들인 진한 노랑의 치자물, 

그 위에 오가며 묻은 흙먼지로 자신이 누런색을 띠고 있다는 걸 이제야 언뜻 알아차렸다. 


씽크대의 철제 앞에 자신의 몸을 비춰보았다. 

이리저리 엉덩이도 씰룩거리며 얼마나 몸집이 자랐나 스스로를 훑어 살폈다.    

 

그리곤... 그렇게 한눈을 판 자신을 한 없이 원망하게 되었다.    

 

“오리교장님~~~!”     


“짹짹짹!”     


사람들이 오리의 목에 난 솜털부터 홀라당 뽑아버린 것이다.

 

오리는 그 아픔의 충격 때문인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고      

“꽥~!” 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 이 녀석들 꽤나 시끄럽네! 아직도 안 죽은 거야?” 

    

“기절시킨지도 한참 되었는데, 숨이 안 끊어졌나?”   

  

이제 귀찮다는 듯이 둘이 함께 오리의 목을 손으로 누르고 꽉 조이려 들었다.    

 

“짹짹짹~!”     


참새는 아까 연습한 대로 붕~ 힘껏 날아올랐다. 

비행이 익숙하진 않아서 높이는 못 날지만 순간적인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효과 만점이다.


당장에 이리저리 날갯짓을 하는 참새를 보더니 사람들은 오리를 내려놓고 참새를 쫓아다녔다.      


“햐~ 이 녀석 꽤 성가시게 구네! 밖으로 내보내자. 숲으로~”     


‘숲이라니! 숲이라니...’ 참새가 맨 처음 둥지에서 떨어져 길을 잃고 헤매던 그 숲 말인가!     


순간, 어지러이 정신이 몽롱해진 참새는 엄마를 떠올리며 둥지로 돌아갈 예쁜 꿈을 떠올렸다.     


“여기가 무슨 숲이라고 그러나? 죄다 집 짓는다고 산이라곤 저 뒷산 묘지터 밖에 남은 게 없는데!”    

 

‘엥?’ 그건 참새의 고향이 아니다. 분명히 아니었다. 


참새가 떠나온 숲은 소나무가 우거진 넓고 큰, 시원한 숲이었다. 

다람쥐도 살았다. 묘지 비슷한 건 단 한 번 듣도 보도 못했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실망한 참새는 오리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물갈퀴를 어루만지다 가늘게 뻗은 발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뭐지? 이런 행동은 처음 보는데? 이 누렁녀석도 오리를 먹고 싶단 뜻인가?”    

 

“말도 안 되네. 아마도... 오리 배가 푸근하니 저기서 잠을 청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들의 말을 듣자하니 참새는 아직도 살 궁리를 위해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마지막이야...’ 

지친 몸을 이끌고 오리의 털이 빠져 붉은 살이 드러난 목 부위를 아프게 바라보았다.


‘얼마나 따끔했을까...’ 

참새는 힘이 쪽 빠져 기어가다시피 오리의 목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붉은 살갗에 자신의 머리를 부벼댔다.







-다음 화에서 이어져요~

이전 11화 참새의 관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