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진정어린 우정
다행히 잠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눈동자가 서서히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 사람들이 휘두르던 식칼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혹시, 저거라면... ”
순간 섬뜩한 기운이 참새의 등줄기를 스쳤지만,
이때야말로 참새는 눈 딱 감고 최대한의 ‘극한 용기’를 발휘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식은땀을 그저 흘려보냈다.
-쿵-
가녀린 참새가 안간힘을 다해 퍼덕이는 날개짓 덕분인지,
도마 끝에 걸쳐져 있던 식칼이 움직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주방 도마 놓인 쪽을 쳐다보았다.
참새에겐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침을 꼴깍 삼켰다.
때마침 주위에 굴러다니던 비닐을 발견했다.
이내, 바닥에 떨어진 식칼이 안 보이도록 잘 덮어두었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오리는 그 쿵 소리 덕분인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잠깐, 지금 일어서시면 안 돼요!”
참새는 기뻐할 겨를도 없이 오리의 몸을 가리느라 날개를 다시 펼쳐 보았다.
전체를 가리기엔 어림반푼어치도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리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잠깐이라도 마주쳤던 그 눈동자는 여전히 또렷하진 못했고, 어딘가 초점없이 퀭해보였다.
참새는 오리의 끔찍한 고통이 자신의 몸에도 전해져오는 것처럼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다부지게 부리를 꾹 다물고 투덜대듯이 중얼거렸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 저 뚱뚱한 오리교장을 어떻게 이끌고 탈출한담?’
-쿵쾅쿵쾅-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쥐덫을 손에 들고 돌아오는 발소리다.
참새는 모든 계획이 절망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에 머리끝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발소리가 문 앞까지 다다르고 있는데도 오리는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다급해진 참새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차라리 내가 모습을 드러낼까? 뭐 이 몸뚱이는 저들의 한 줌도 안 되는데, 설마 날 먹고 싶기야 하겠어? 아냐! 죽이겠다고 덤비면? 그럼, 푸드득 날아가지 뭐...’
날개를 조금 움직여 보았다.
오랫동안 굳어 있어 어색했지만, 힘껏 펼치면 조금 뜰 수는 있을 정도다.
‘이만하면 먹히지는 않게 피할 수 있겠지...’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자신감이라도 지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자꾸 슬픈 예감이 드는 건, 용감한 아기참새도 어쩔 수 없었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오리를 응시하다가 그의 불룩하게 옆으로 뉘인 배 위로 날개를 펼치고 누워버렸다.
보란 듯이...
그리고.... 그 따스한 온기 때문인지 오리의 몸이 예상 밖에 움찔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앙~!”
참새는 깜짝 놀라 오리의 몸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기대에 찬 눈으로 오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도 다시 뜨려고 한다.
그런데, 그때 동시에... 문이 활짝~ 열리더니 쥐덫을 손에 쥔 사람들도 돌아온 것이 아닌가!
“안돼, 안된다고!”
-다음화로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