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털을 가지고서 짹짹 거리는 건 너 밖에 없을거다."
핀잔을 주는 듯하면서도, 참새를 알아보고 지켜봐 준 오리가 참새는 너무 고마웠다.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난 것도 뛸 듯이 기뻤다.
참새를 수업에 받아 준 오리교장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앞에서는 마음껏 떠들 수 있었으니까...
한 편의 필름처럼 추억이 스쳐갔다.
"교장 선생님~~~!! "
참새는 구부정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오리의 목덜미를 와락 안았다.
날개가 펴진 것이다. 제법 힘도 들어갔다.
"많이 컸구나. 하마터면 너라는 걸 몰라볼 뻔했어!"
"근데 어쩐 일이세요? 저는 양계장 옆 낙엽 속에서 묻혀왔거든요. 하하~ 하여튼 반갑기는 하네요. 이런 데서 교장선생님을 만날 줄은 정말 몰랐죠. 이렇게 배불리 모이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오리 교장님 덕에..."
잔뜩 흥분한듯 말을 이어가던 참새를 보니 교장은 더 이상 불쌍하다기보다는 시끄럽다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오~ 그래. 근데 너야 말로 어쩐 일이니? 부모님을 모시러 간 줄 알았더니, 아직도 혼자 돌아다니는 거냐?"
약간의 짜증스러움을 꾹 누르며 교만하게 훈계하듯 말하는 오리 교장이었다.
"아, 그게..."
독수리의 먹이로 처참하게 죽어 간 아빠 얼굴이 떠오르자 참새는 그만 글썽이는 눈물로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게... 흐흐흑"
날개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 앉아 울어 제끼는 참새가 오리는 여전히 못 마땅했다.
"울려거든 너 혼자 있을 때 그러려므나. 여긴 나도 함께 있는 공간이야!"
"네에?"
참새는 어이가 없어서 울음을 뚝 그쳤다.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그렇게 징징댄다고 더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말 끝마다 정 나미가 똑똑 떨어지게 하는 재주를 지닌 오리 교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말을 잘 들으면 지난 번처럼 혼자 판단으로 성급하게 치자물을 들였 듯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딱! 선을 그어주니 아빠 생각도 지워진다.
"그럼, 저를 병아리 수업에 받아주실 거예요?"
제법 당돌하게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오호~ 이런! 그 생각을 아직까지 품고 있던 모양이구나."
오리교장이 길쭉한 주둥이를 참새 얼굴 가까이로 들이밀며 말한다.
"난 퇴직했어. 정년이 다 되어서 다른 오리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었지."
뒷짐까지 지고 태연하고 여유롭게 말하는 오리였지만 초췌해진 늙은 외모에 듬성하고 부스스한 털이 그간의 고생과 그의 횡량해진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
"엄한 소리하면 못 쓴단다. 난 아주 명예롭게 퇴직한 셈이지."
그때였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오리 교장을 쑥~ 잡아드는 빨간 손이 보였다.
다음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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