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에 양계장이 있다구? 저 비닐하우스 지나면~ 어~ 저기! 아까보단 좀 작은 곳인데?"
참새는 눈을 감았다.
어쩐지 그리 희망찬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차라리 트럭 안에 남아 있었음 나았을 걸~'
"안녕하세요?"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인간들의 말소리다.
... "여긴 목초란을 키우는 곳입니다
잘못 찾아오셨어요."
아예 헛다리 짚었다는 식으로 받아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말투다.
참새는 무안해져 사냥꾼의 눈치를 살핀다.
"어디보자아~ 여기까지 힘든 걸음하셨는데, 고 병아리 녀석 어떤가 감별이나 해드리지요. 수놈이요?"
"모르죠, 저희야. 독수리 잡으러 갔다가 주운 녀석인데"
"이리 줘 보세요. 제가 딱~! 보면 알거든요."
양계장 주인의 딱 보면 안다는 말이 참새에게는
마치 사형선고처럼 위협적이었다.
얼굴이 사색이되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참새에게 커다란 손바닥 그늘이 드리웠다.
'뿌지직...'
한 번도 사냥꾼 앞에서 보인 적이 없던 배변을
밖으로 뿜어내고 말았다.
대변과 소변이 뒤섞여 설사같기도 했다.
"아구, 이 녀석~ 껄껄껄!"
사냥꾼의 웃음소리는 호탕했다.
참새는 역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은
사냥꾼 뿐이라는 걸 확인이라도 한 듯
그의 두터운 손 바닥 위에 발을 딱 붙인 채
몸을 웅크렸다.
"항문을 봐야 암수 구분을 하는데~ 주변이 더럽혀졌네."
양계장 주인은 참새를 잡으려 뻗었던 손을
슬그머니 다시 내리고 있었다.
뒷짐지는 그를 보며 사냥꾼이 말했다.
"됐습니다. 저는 이녀석 살만한 데다 내려주고 가기만 하면 그만인데요, 다른 양계장이나 닭장이라도..."
참새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털의 일부가 배변으로 축축해지긴 했으나
저 무시무시한 양계장 주인의 손에
옮겨지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가만~ 그런데 꽁지깃이... 병아리는 꽁지가 없는데?"
참새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치자물이 아무리 짙게 배었어도 가릴 수 없는 게 있었다는 걸 생각지 못했다.
사냥꾼과 여정을 함께 한 며칠 새 꽁지가 자란 것이다.
"어? 그러네요. 없는 줄 알았는데..."
'퍽!'
그 순간 당황한 참새는
스스로 몸을 굴려 떨어지고 말았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아직 여린 날개는 한 쪽이 꺽여 버렸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꽁지가 보일까 걱정이 되었다.
마침 낙엽이 떨어져 있어 그 아래로 파고들었다.
사냥꾼도 양계장 주인과 얘기하느라 그 모습을 놓친 듯 했다. 사람들의 태연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엥? 어디로 갑자기 떨어졌나? 사라져 버렸잖아."
그동안 애지중지 참새를 아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사냥꾼의 목소리는 그렇다고 치기엔 너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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