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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Aug 26. 2024

참새와 사냥꾼

다섯째날


"됐어! 이만하면 데리고 가도 될만큼은 씻긴거야."     


"차에 태울 셈인가? 똥오줌이라도 지리면 어쩌려구?"     


"아하~ 그렇지. 하하~ 요 녀석 봐라. 흠뻑 젖은 모습이 꼭 새앙쥐 같지 않아? 하하하"     


사냥꾼은 참새를 보며 연신 우스운 구석만 찾는 것 같았다.


싫다고 팽개치느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참새는 고개도 한 번 흔들어 물 튀기 쇼까지 선보여주었다.   

 

"배변을 어디에 시킬지 통이나 어서 구해보게나."     

"어~ 그렇지! 하하하..."     


주섬주섬 질긴 나뭇잎이나 버려진 상자 따위가

만한지 들춰보면서도 연신 손바닥 위에 올린

참새의 재롱을 보며 즐거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냥꾼이었다.     


- 덜컹 덜컹-     


험한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 사냥꾼의 트럭이 멈춰선다.


참새는 그 동안 앞 자리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에 질기고 커다란 나뭇잎을 깔고 졸고 있었다.     


"어유 잠들었네, 요녀석. 여기가 양계장이다. 내리자!"     


사냥꾼은 맨 처음 참새를 들어올렸을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손짓으로

날개위까지 포근히 감싸며 사뿐 안아주었다.


슬쩍 잠이 깨 눈을 뜬 참새는 이대로 사냥꾼과 계속 함께 지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워진다.

     

-뚜벅뚜벅-     


양계장 문이 열리자 주인인 듯한 젊은 남자가 나온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 사냥꾼은 아주 귀여운 병아리라고 소개하며 참새를 맡기려고 해봤지만, 양계장 주인은 단 번에 거절한다.   

  

"여긴 무항생제 달걀만 취급하는 곳이예요.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르는 종을 받았다가 섞여버리면 아주 곤란해지지요. 그렇다고 따로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아주 얼토당토 않은 부탁을 한다는 듯 양계장 주인은 사냥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출입문을 쾅~ 닫아버렸다.     


"짹!"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번에는 난감해진 사냥꾼이 자신을 근처에

두고 가진 않을지 두려워진 참새는 갸냘픈 눈빛과 귀여운 표정으로 있는 힘껏 용을 써 본다.

    

"잠깐, 조금 더 가면 양계장이 하나 더 있긴한데~"     


왠일인지 사냥꾼의 동료가 참새의 마음을 알아준 것 같다.


 '아~ 이제 둘다 나를 가엾게 여긴다는 거지? 맞지?'  

   

그렇다면 참새의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때를 맞춰 가만 웅크리고 최대한 자신을

편히 옮겨줄 수 있도록 배변도 꾹 참는다.


덜컹이는 트럭에서 멀미가 올라왔지만 다시

꿀꺽 삼켜본다. 바다에서 먹은 짠물이다.   

  

-철컹-     


또 다시 트럭이 멈춰서고, 문이 열린다.     


이번에는 주위가 온통 논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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