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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Aug 25. 2024

참새의 파도타기

넷째날


사냥꾼의 손바닥은 거칠고 딱딱했지만

따뜻한 온기가 돌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시체가 된 독수리를 잡아 올리면서도 참새가 떨어질세라 조심히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참새는 괜스레 심장이 콩닥거리고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보고 병아리래. 분명 병아리라고 말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롭고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끝까지 입을 꾹 다물고 완벽한 병아리를 연기하리라.


짹짹 소리 따위로 그의 신경을 건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오로지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이 봐! 근처에 양계장이라도 있던가? 이 녀석 좀 봐."


사냥꾼은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와 트럭을 타고 여행 중인 듯해 보였다.


동료가 다가와 말했다.


"크기를 보아하니 정말 어린데, 흙도 묻고 깃털색이 고르지도 윤이 나지도 않잖나? 건강하지 못한 놈이야."


이번에는 참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 야생의 벌판에서 날지도 못하는 작은 새가 살아남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설사 죽는다 해도 여기는 벗어나고 싶었다.


아빠참새의 사체 곁에서 눈을 감는 건 불효일 테니!


"짹!"


소리를 내다 말고 멈춰버렸다.


건강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신호였으나, 더 길게 내면 새라는 걸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날 수 있는 동물임을 알면 데리고 가지 않을까 봐 간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부모님이나 같은 종족이 날 보호할 거라는 인상을 주어선 안돼. 오리교장처럼 나를 버려두고 간다면... '


다행히 사냥꾼은 참새의 신호를 알아챈 것 같았다.


"병아리 녀석이 외마디를 지르네. 껄껄~ "


참새의 특이한 행동을 재미있게 보는 것 같았다.


참새는 오그라든 심장을 쓸어내리며 어설픈 날갯짓도 해 본다.


"어, 생기는 있구먼. 그럼, 자네가 데려갈 건가?"


사냥꾼의 동료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 듯 묻고 있었다.


"그러지 뭐. 가는 중에 양계장이나 닭을 키우는 데가 보이거든 주고 가지 뭐. 먼 길은 이 녀석도 힘들겠지?"


"물이나 좀 먹이게~ 털에 묻은 흙도 씻을 겸."


동료가 가리키는 뒤를 보니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였다.


사냥꾼은 독수리를 트럭에 던져두고 참새를 두 손으로 고이 받쳐서 조심히 물결 사이로 담가보았다.


참새는 치자물이 빠질까 걱정됐지만

태연한 척 눈을 감는다.


짭조름한 바닷물이 부리에 닿았다.


오랜 시간 배가 고팠던 참이다. 


벌컥 주둥이를 벌려 짠물을 들이켰다.


철썩~ 파도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사냥꾼은 양손바닥 사이로 공간을 만들어 

참새를 태우고 조심스레 바닷물에 담가주었다. 


흔들거리며 털에 묻은 진흙이 씻길 때마다 너울너울~ 춤추는 듯한 기분이 썩 괜찮았다. 


어린 참새의 첫 파도타기다.










- 다음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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