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수 없이 참새 떼로 돌아간 아기 참새는
누가 알까 창피한 마음에 먼저 부러진 나뭇가지 뒤로 몸을 숨겼다.
'내가 병아리처럼 보이고 싶어서 물들인 걸 알면 다들 나랑 얘기도 하고 싶지 않을 거야.
걷어 차 버릴지도 몰라.'
우울하고 참담한 기분이 든 아기 참새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땅만 바라보다 지나가는 개미떼를 발견했다.
"저걸 먹어도 될까? 엄마가 애벌레를 주셨을 때 맛있었는데, 그 부드럽고 달게 넘어가던 식감이 생생한 걸"
부스러기를 조금씩 들고 이동하던 개미떼는 아기 참새가 궁시렁거리는 소리에 놀라 뿔뿔이 흩어지며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나! 너희들 왜 그러니? 한 마리만, 그럼 딱 한 마리만 나한테 좀 남아줄래? "
개미들은 서둘러 집이 있는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참새가 다가갈수록 그들은 더 빠르고 멀리 달아나기만 하는 것 같았다. 서로 겹치고 넘으며 앞 다퉈 들어갔다.
"개미들아~ 내가 그렇게 싫으니?"
마침 다리가 잘려 아주 느리게 기어가는 개미를 발견했다.
참새가 날개끝으로 건드려보니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
"..."
개미는 소리가 없었다. 말을 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도 개미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 살금살금 다가가 그 개미를 콕 쪼아보았다.
갑자기 빠르게 회전하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개미가 우스웠다.
"아하하! 너도 살고 싶구나?"
자세히 보니 개미는 불편한 앞다리로 과자 부스러기를 꼭 잡고 있었다.
회전하다 멈춘 개미는 어지러운지 가려던 집의 방향과 다른 곳으로 향해 기어갔다.
"거긴 너 네집이 아니야."
참새는 그 순간 개미를 잡아먹으려던 목적을 잊고 말았다.
자신도 새로운 모이를 찾아서 둥지로 돌아가려다 숨어있는 처지라는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러운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너도 살고 싶구나... 그건 나누어 먹으려고 그렇게 꼭 쥐고 있니?"
개미는 계속 대답이 없었지만,
다리가 잘렸는데도 혼자 먹지 않고 집을 찾는 걸 보면 가족이 그리운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너를 집으로 보내줄께."
참새는 날개 끝의 가벼운 깃털로 개미가 다치지 않게 살살 밀어주었고, 집 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한 후에야 돌아섰다.
'꼬르륵~' 배고픔의 신호가 커졌다.
오리 교장이 모이를 조금 쥐어주었을 때 그냥 받아올 걸 그랬나 후회도 든다.
같은 참새들은 예상대로 노랗게 변한 아기참새를 알아보지 못하고 모두 지나쳐갔다.
붙잡기에는 창피하고 어려웠다.
힘 없이 터덜터덜 둥지가 있던 나무를 향해 걷는데 드디어 누군가 아기 참새를 발견했다.
독수리다.
'앗!'
참새는 주방장에게 잡혔을 때처럼 본능적으로 소리를 죽이고 몸을 늘여서 땅 바닥에 엎드렸다.
죽은 것처럼...
독수리는 두 어번 그 위를 지나다 아기 참새의 뒷 덜미를 물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높게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히야~"
새로 태어났지만 아직 어려서 창공을 날으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용기내어 눈을 뜨고 아래를 똑바로 쳐다봤다.
'이건 그리 나쁘지 않은데? 설렘 폭발!'
엄마새와 둥지도 보였다.
형제들도 그 사이 털이 좀 자라 연갈색의 귀여운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
'그대로 있었더라면 나도 저렇게 예뻤을 텐데...'
치자물로 염색한 자신을 보며 너무 성급하게 어리석은 짓을 했다던 오리교장의 충고가 떠올랐다.
'맞는 말씀이었어. 이렇게 수난을 당할줄이야...
이제 어쩐담? 독수리에게 잡아먹힌다면...'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제대로감이 왔다.
독수리는 둥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아기 참새를 내려놓았고, 바로 먹지는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살해당한 참새들의 머리와 깃털 등이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잡아먹히고 난 잔해들이 참새에게는 더 없이 참혹한 광경이었다.
'흡! 아빠가... 아빠 얼굴이 저 중에 있는 것 같애.'
아기참새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대충보이는 흙 속으로 파고 들었다.
모래목욕처럼 개운하진 않지만 급한대로 몸을 숨기려니 그거라도 좋아보였다.
독수리가 다가온다...
아직 날개 한 쪽 밖에 못 묻었는데...
짹 소리도 못 내고 기절한 척한 아기참새를
독수리는 이리저리 굴리며 흙을 털어내기 위한 의식을 하는 것 같다.
'탕~!'
인간들의 총소리다.
그 커다랗고 사나운 독수리가 쓰러졌다.
잽싸게 널부러진 참새 머리 가까이로 가 보았다.
"편찮으신 엄마가 편히 먹이를 구하며 살 곳을 찾으마."
하고 멀리 떠나셨던 아빠가, 아빠참새 얼굴이 정말 있다.
슬픔은 둘째치고 아기참새는 돌아갈 방법을 잃었다.
그 먼 길을 걸어서만 가기엔 이제 용기도 힘도 나지 않는다.
빙글빙글 돌며 울고 있는 아기 참새를 다시 발견한 건 사람이었다.
독수리를 총으로 쏜 사냥꾼이 귀엽다는 듯 사랑스런 눈길로 아기참새를 집어 올렸다.
사냥꾼의 두툼하고 커다란 손바닥 위에 우뚝 세우니 딱 안성맞춤이다.
"이거 봐라. 새끼 병아리가 여기서 다 놀고있네~"
-다음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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