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서 오리교장을 찾아갔다가 구박덩이 취급을 받고 있던 참새는
친절도 애정도 자신이 그 수업에 들어갈 만한 자격을 만들어주진 못한다는 얘기에 상심하여 결국...
안 되는 염색을 해보기로 한다.
노랑 치자물이 보이자 서슴없이 달려가 몸을 담근 참새.
"떼구루루~ 나도 이러면 노래질 수 있을 거야."
그러다 퍽~ 부딪친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길쭉하고 커다란 통무가 보이는 게 아닌가.
"단무지에 누가 이런 잡 것을 빠트렸어?"
육중한 무게로 쿵쾅쿵쾅 달려오던 주방장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참새는 눈을 꼭 감고 죽은 척을 한다.
'어떡해~ 제발 잡아먹지만 말았음... 난 안 신선해.'
속으로 간절하게 삶을 향해 빌고 또 빈 참새는 간신히 통에 있던 단무지들과 함께 버려지는 것으로 처리된다.
음식물 쓰레기통, 악취는 고약했으나 살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문이 열릴 때마다 점프를 해보는데...
눈에 띌까 봐 조심스레 움직이느라 탈출에는 매 번 실패하고, 잠복하다 쓰레기 수거팀이 통을 엎을 때 잽싸게 빠져나가는 순발력을 발휘하여 도망친다.
마침 지나가는 길에 깨진 거울이 버려져 있어 몸을 이리저리 비춰보는데, 연갈색 위를 치자물로 덮었으니 좀 칙칙해지긴 했지만 노란 물이 든 건 확실히 티가 난다. 기쁨의 짹짹을 외치며 마구 달리는 아기 참새.
스치는 바람결에 깃털이 마르면서 보송해진 노랑 깃털이 눈앞을 가리자, 행복의 미소를 머금는 아기 참새...
드디어 오리 교장 앞에 다다랐다.
"넌 또 누구니? 여긴 교장실이란다. 아무나 들어와선 안 되는 곳이지. 학생이라면 나가주련?"
매우 친절한 말투로 점잖을 빼며 말하는
오리를 똑바로 쏘아보며 콩콩 점프를 하는 참새.
그 깃털 사이로 은근한 향이 공기에 실려
교장실 안을 가득 메운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혹시, 구걸을 하러 온 게냐? 수업시간에 씻지 않고 온 병아리는 출입이 안 될 텐데!!!"
오리교장이 병아리라고 봤을 정도면 수업에 참여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자신감이 한 껏 상승한 참새.
"푸하하! 저예요. 참새~"
참새는 아직 미숙해서 날지 못하는 작은 날개를 퍼득이며 빙글빙글~ 기분 좋게 돌아보였다.
"어때요? 정말 감쪽같죠?"
"뭐냐, 이게? 네가 정말 참새 맞냐?"
"저한테 말씀해 주신 대로 염색하고 왔지요~"
"어후~ 정말 넌 구제불능이야~~~~"
순간 버럭 고함치는 오리 교장의 꽥꽥 소리에 참새는 심장이 철렁~ 함을 느끼며 기절하고 말았다.
잠시 후, 깨어보니 오리는 마스크를 꾹꾹 눌러쓰고 온갖 창문을 열어둔 채 참새를 모래로 잔뜩 덮어두고 있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제가 모래 목욕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시고..."
감동한 참새는 이제 통과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대의 눈빛을 반짝이며 오리를 쳐다보았다.
"됐다. 네 깃털을 보아하니 썩은 음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여간 냄새가 나야 말이지. 쯧쯧~ 불쌍하구나."
"전 이제 참새 둥지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둥지는 높은데 아직 날지 못하고~ 엄마는 저를 못 알아보실 테니까요."
"그래, 사정은 딱하다만...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니? 설마 내가 시켜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가 스스로 벌인 짓이니 말이다. 그리고... 여긴 고아원이 아니야. 정 다니고 싶다면 부모님을 모시고 오렴. 허락은 받아야지. 몰래 혼자서 돌아다니면 못 쓴단다. "
"네? 참새들은 저를 이해해 주지 못할 텐데요 ㅜㅜ"
-다음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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