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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Aug 21. 2024

참새의 병아리수업

첫날

어느 날, 매서운 비바람에 둥지에서 떨어져 뒤뚱거리며 길을 걷는 참새가 있었습니다. 바닥은 흙과 풀이 무성한 숲이었지만 어디선가 벌목을 하는 전기톱 소리에 귀가 아려올 정도였습니다. 참새는 목청껏 짹짹거렸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나 봅니다. 날개를 펼쳤으나 떨어지며 받은 충격으로 인해 당장 날아오를 수는 없었습니다. 꽁지깃도 아직 짧은 어린 참새입니다.


한 사냥꾼이 그 참새를 발견하자,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봅니다. 그리곤 그 날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가 대체 누구의 새끼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래마을의 양계장 근처까지 가서 놓아줍니다...


그리고, 다음 날!


참새가 몰래 숨어든 양계장에는 갓 알에서 깨어난 듯 작고 여린 병아리들이 모이 찾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수업이 한창이었다. 그 노랗고 연한 부스러기를 보자 군침이 꼴깍 넘어간 참새는 곧장 자신도 그 무리 속에 섞일 수 있으리란 기대로 한껏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꽥꽥~"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병아리 학교의 교장이 오리인 것이다.



"이곳은 어미들의 보호 아래 곱게 자란 병아리들이 모이는 곳인데..."



"저도 수업을 듣고 싶어요. 제 엄마는 먹이를 구하러 종일 날아다니고 계셔서, 혼자 왔습니다."



"너는 깃털이 오염된 것 같구나. 뽀송하고 노란 병아리들은 곁에 가기 싫어할 거야."


"깨끗하게 씻고 온 건데요? 병아리도 냄새가 나요."


"급우들을 흉보면 안 되지! 그러면 여기서는 어울리기 힘들단다."


"그럼 뭐라고 해요? 저는 원래 털 색이 고르지 않고 어두워요."


"그래. 좀 어두운 건 알고 있단다. 딱 보니 그렇구나. 하지만 '원래'라는 건 없어."


"그럼 뭐라고 해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색이었는데..."


"질문이 많구나. 여긴 바쁜 곳이야."


"친구들이 저를 싫어하면 수업에 갈 수 없나요?"


"글쎄... 나도 오리라서 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구나. 하지만 병아리들에게 강요를 할 수는 없어."


"엄마가 요즘 편찮으세요. 모이를 제 스스로 찾아야 해요. 그 방법을 어디서 배우죠?"


"참새들은 뭐 하니?"


"다들 자기 둥지가 있어서 그곳에서 어미가 주는 거걸 받아먹고 자라요. 저도 그렇게 밖에 안 살아봤어요."


"남의 새끼를 가르치는 수업이 거기엔 없는 모양이구나."


"여기에도 메추리 새끼가 놀러 오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걔들이 커서 여기서 자란 병아리닭과 결혼해 잡종을 낳았잖니...?"


"아! 그러면 저도 희망이 있네요. 저는 닭과 병아리를 모두 좋아하거든요."


"최소한 노랑깃털은 필수란다. 메추리와의 잡종도 어릴 땐 노란색이었어. 너도 노력하면 노래질 수 있단다."


"앗, 그건 안 돼요. 염색하지 않는 한... "


"그럼 염색이라도 해서 노래지던가. 급우들이 너를 싫어하지만 않으면 나도 추천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모른다고요? 제 깃털을 염색하면 참새무리에도 못 낄 텐데 모르신다고요? 하라는 거예요, 하지 말라는 거예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넌 정말 성가신 아이구나. 눈치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제가 눈치가 없어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모르면 됐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알려고 하면 다칠 수도 있을 거야."


"그럼, 제가 노랗지 못해서 어울릴 수 없다면 허드렛일이라도 하며 수업을 듣고 싶어요."


"모이가 그렇게 급하니? 내가 조금 줄게. 이거 먹고 돌아가렴."


"저는 배탈 나지 않고 공격을 피하면서 형제들과 나누어 먹을 모이를 찾아야 해요."


"뭐야? 이기적이구나. 병아리 수업에 와서 네가 잘 먹고 잘 살 방법을 궁리하겠다는 거냐?"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요."


"너한테 도움을 받는다고? 개가 웃겠구나. 난 지금 너의 웃기는 질문들에 대답해 주느라고 중요한 업무를 놓쳤단다."


"... 그게 왜 제 탓이에요? 그 업무를 그냥 하셨다면 전 기다렸을 텐데요."


"다른 업무를 하고 나면 너한테 들은 말은 잊어버려. 나처럼 친절하고 자상한 교장이 어디 있겠니? 그게 내가 오리임에도 닭들과 협력하고 병아리를 키우는 이곳의 교장이 된 비결이란다."


"저도 친절하고 상냥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건 자신 있어요!"


"그래도 나처럼 될 수는 없어. 넌 덩치가 너무 작아서... 목소리도 작고... 이것 봐. 나는 말에 힘이 있잖니?"


"그럼 전 병아리를 좋아해도 안되고, 교장선생님처럼 친절해도 소용없고... 어쩌죠? ㅜㅜ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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