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잘 된 거 아닙니까? 허허~ 근처에서 잘 놀겠죠!"
양계장 주인은 아예 신이 난 듯한 말투다.
참새는 비참해졌다.
천천히 그대로 눈이 감겨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어서자니 힘도 없을 뿐더러 피도 나고 있는데 저들이 자신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도록 그냥 둘 순 없었다.
'어떻게 해도 죽을 운명은 마찬가지 아닐까...'
이런 시간이 다가온 건
신의 뜻이라고 홀로 위안 삼았다.
-저벅저벅-
"정말 안 보이는군..."
"양계장을 찾아 일부러 돌아가고 있었는데..."
이제야 좀 아쉬워하는 듯한 말소리가 들렸고, 참새를 찾는 듯 무거운 발소리가 울렸다.
누워있는 낙엽아래는 습하고 어두웠다.
이마에서 흐르던 피가 멈춘 것 같다.
'쌕쌕...'
참새는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의식하며
이제 편안히 쉬기로 했다.
곧 주위는 조용해졌고,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체온은 따뜻해졌다.
누군가 포근히 짚이라도 덮어주는 게 아닐까, 살콤 미소를 지었다.
"이봐! 여기부터 쓸어보라구"
참새는 꿈이길 바랬다.
배고픔도 못 느낄만큼 꺼져가고 있었다.
자신의 위로 더 많은 낙엽이 덮이는 것과 동시에
번쩍~ 몸이 통째로 들어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빨리 서둘러! 곧 온다구!"
대체 뭐가 온다는 걸까, 생각할 여유도 없이 참새의 몸은 어느 손수레의 구석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아팠다...
"짹!"
이번에는 피가나진 않지만 멍은 든 것 같았다.
근육이 쑤시고 아려왔다. 한 삽, 두 삽... 축축한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갔다.
그 사이에서 가느다란 지렁이 한 마리가 보였다.
혼자 먹기엔 너무 길었지만 콕콕 쪼아보았다.
'아니야. 나는 동물을 먹지 않기로 했지. 아냐. 그래도 이미 죽은 거라면 괜찮을지...'
참새의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 동안 심장도 두근 반 세근 반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푸드덕 푸드덕 거친 날개짓을 하며 커다란 몸집이 뚝 떨어졌다.
"꽥 꽥 꽥~"
보아하니 어지간히 버티다 억지로 잡혀 온 모양새였다.
그 위로 으깬 감자와 씨앗 따위가 뿌려졌다. 횡재였다.
"짹짹짹~~~"
수레는 움직이며 덜컹거리기 시작했고,
참새는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
정말 오랜만의 포식이었다.
한참을 먹다보니 낯선 오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말없이 먹이를 공유한 셈이 되었는데 불평 한 마디 없는 이 오리는 누군가...
하고 올려다본 참새는 목이 메었다.
"이그... 가엾은 것. 쯧쯧쯔... !"
"교장 선생님?"
제법 배도 불렀겠다.
이제 두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설 힘 정도는 생겼다.
비록 초췌하고 늙은 모습이었지만 목에 건 열쇠를 보니 병아리 학교의 오리교장이 틀림없다.
-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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