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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Aug 30. 2024

참새의 은인

고무장갑을 낀 사람들이다.


"이건 좀 늙은 오리라서 싸게 줄 수 있다네! 마침 잘 됐군."


오리는 발버둥을 치며 참새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한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나도 눈에 띄면 위험해서 안 돼요!"


그동안 자신이 곤란해지는 일은 기필코 피하려 했던 오리에게 되돌려주는 소심한 복수였다.


"저 인간들은 나를 진흙으로 감싸 숨 막혀 죽게 한 뒤 가마솥에 구울 거야, 아주 끔찍하다구!"


"저까지 구워지면 큰일이니 어서 숨어야겠네요!"


"이 봐! 내가 모이도 나눠줬잖아?"


"그건 남아서 버릴 정도로 많았잖아요."


"이러기야?"


세차게 발짓을 하던 오리는 붙잡고 있던 사람이 내리치는 손에 눌려 기절하고 말았다.


"늙은 오리가 힘은 아주 좋구만. 겨우 기절시켰어."


"자~ 이제 털 뽑고 토막을 좀 내 볼까?"


커다란 나무 도마 위로 던져지려는 오리를 보자 참새는 마음이 아렸다.


"살고 싶어하셨는데... 그래. 개미도 다 보내줬으면서... 내가 오리 한 마리 못 살릴 건 또 뭐람?"


"영차~!"


퍽~ 소리를 내며 도마에 떨어진 오리는 이제 거의 죽은 것만 같았다.


참새는 힘껏 점프를 하고 총총~ 뛰어서 도마 아래 있는 패트병을 쓰러뜨렸다. 거의 비어있어서 소리만 요란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교란시키기에 딱 좋은 방법이었다. 다른 쪽 바닥에는 뚜껑 열린 양념통이 있었다.


그것도 참새의 힘으로 넘어뜨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걱정했으나 어느새 즐기게 되었다.


"이건 생쥐 소행 같은데?"


그들의 반응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 생쥐를 잡겠다는 심보다.


“끈끈이나 덫을 놓자구! 약을 뿌리면 우리가 먹을 오리에게도 해로울 테니~”


자신들의 몸속으로 독기운이 흡입되는 건 원치 않는다니,

무시무시해 보이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은근 순진함이 엿보여 참새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들은 바로 끈끈이가 붙은 쥐덫을 찾기 시작했고

참새는 그들을 피해 오리에게로 접근했다.


“교장 선생님~ 오리 교장님! 잠깐 눈 좀 떠보세요!”


오리가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 차마 와닿지 않던 참새는

양념통에 묻은 가루를 날개깃 끝에 묻혀 오리의 코끝을 간지럽혀 보았다.


‘에이취!’


기적 같았다. 오리가 재채기와 함께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참새는 재빨리 망을 보듯 쥐덫을 구하러 간 사람들이 움직인 방향을 보았다.

다행히, 오리의 재채기 소리는 그들이 서 있는 곳까지는 닿지 못했나 보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이 틈새에 참새는 얼른 오리를, 기필코 일으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한때 가스라이팅마저 시도했던 오리이지만, 참새에겐 지금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인 병아리 수업을 총괄 지휘한 교장선생님. 결국은 목숨을 부지하게 해 줄 생명의 은인이시다.


“일어나세요~ 제발!!! ”


간절한 마음으로 참새는 빌고 또 빌었다. 한 번 살짝 떴던 눈 쪽의 눈두덩이를 들어올려 눈동자를 살폈다.





-다음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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