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제발요~ 전 참새들도 못 알아보고, 병아리도 아닌 이상한 동물이 되어있다구요!
이렇게 제가 몸을 물들이고 망가뜨리게 한 덴 교장님도 책임이 있잖아요?"
"왜 이러니? 버릇이 좀 나쁘다는 건 알았지만 공격적이기까지 할 줄이야.
난 이제... 늙어서 힘이 없단다."
그때였다. 이번엔 목장갑을 낀 사람들의 손이 오리를 홱~ 낚아채 올렸다.
버둥버둥 발짓을 하는 오리의 표정이 참새에게 구조요청을 하는 것 같았다.
처지가 또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이건 좀 늙은 오린데, 황토를 발라 가마솥에 구우면 보약이지. 가져가게나~"
잡아먹겠다는 엄포였다.
사람들은 오리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생각은 못 하는 것 같았다.
오리교장이 푸드덕거리며 거세게 발짓을 하자 목을 비틀어 이번에는 즉사시키려 하고 있다.
"짹짹짹~ 짹짹짹~ "
참새는 목청껏 소리 지르며 크게 원을 그리고 울었다.
"뭐야, 또 저건? 웬 병아리가 딸려왔지?"
짹짹이라는 소리를 냈는데도 대강 본 사람들은 병아리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참새의 변신은 대성공 같다.
"아하! 이 오리녀석 저 아랫마을 어떤 가정집의 닭장에서 본 거 같거든~
그 집 마당에 병아리가 많더라고~ 그중에 한 마리가 실수로 따라왔나 본데?"
생각보다 정감있는 말투에 참새가 정신을 가다듬고 찬찬히 그들을 살폈다.
이번에는 농부아저씨들 같았다.
”아, 그럼 그 집에서 찾고 있을테니, 한번 데려다줘 보자구!“
”그러지~!“
하며 농부들이 주로 쓰는 커다란 밀짚모자를 벗어 그 속에 참새와 오리를 함께 담았다.
그리곤 이내 그들이 끌고 온 손수레 위에 덮수룩하게 쌓인 풀더미를 헤치더니
밀짚모자를 받친 채로 살살 오리와 참새를 넣어주었다. 포근했다.
둥지에서 떠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따스한 안식처였다.
농부들은 참새의 꽁지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혼자 수레 위에서 빙글 돌고 있는 모습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 닭장 주인장한테 전화부터 해보던지, 가능한 빨리 돌려주자고."
"오~ 그래. 지금 연락해 봐야겠네.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
"그거 하나하나 머릿수 세어놨다 삼계탕 집에 판다고 계약했다던데, 여기 딸려 온 걸 알면 속상하겠지?"
삼계탕 집에 팔아버린다니!
참새는 이 대목에서도 온몸이 파르르~ 떨려왔지만
적어도 자신이 그 대상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보나마나 오리는 그 집 가축이 아니까.
그동안 원치 않던 모험에 휘말려 구사일생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온 오리,
더 이상 사람들이 해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한 예감으로 마음이 가뿐해지고 있는 참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오리가 삼계탕으로 팔려 갈 위기까지만 모면하고 나면,
그땐 정말 홀가분하게 병아리들과 어울려 놀 날이 오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남은 감농부들이 손으로 으깨 이따금씩 던져주는 감자 부스러기를 먹고, 재롱까지 부렸다.
'사냥꾼도 이렇게 움직이면 날 귀엽게 봐주던데...'
-내일도 이어집니다~^^. 희망 가득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