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널 좋아하지 않았어.
입추가 지났다고
밤이 되니
열어놓은 창문 밖에서
어렴풋하게 가을의 소리가 난다.
아직은 이렇게 더운데도 얼굴을 내민
새로운 계절의 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귀뚜라미인 건가? 이름 없는 풀벌레인가?
찌르륵-찌르륵 4분의 2박자 정도로 울고 있다.
그런데 웬걸?
거실 창문 옆 나무에서 매미가 별안간
위융-위융-위융유융- 고함을 질러댄다.
완전히 어긋난 불협화음이다.
이렇게 며칠간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다
결국은 떠나가겠지.
오늘은 아직 갈 때가 아니라면서
갑작스럽게 화를 내고 있지만
너도 알고 있다.
곧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우렁차게 고함을 질러대다가 갑자기 사라지면
널 좋아하지 않았던 내 마음이
괜스레 미안해질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