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머무는 식탁

일상 속 우리의 요리

by 수진

결혼 후 빛을 발하는 남편의 장점 중 하나는 요리솜씨이다. 언제 익혔는지 그는 요리솜씨가 제법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가급적 자급자족해야 하는 일본에서 가히 빛을 발하는 그의 손맛을 보니 그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 정도로 여겼음이 나의 과소평가였다고 느낀다. 화려한 밀푀유 나베와 전통 찜닭, 배달요리를 뛰어넘는 맛의 치킨 구이,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엔 반죽까지 직접 치댄 수제비나 모츠나베(일본식 곱창전골)를 끓이고, 때로는 깊은 맛이 나는 떡국과 영양만점 약밥까지 장르불문 신들린 손맛을 자랑하는 그의 요리를 보면 요리 잘하는 배우자를 선호하는 이유가 수긍된다. 허기진 아이에게 줄 밥이 급히 필요할 때는 순식간에 맛깔스러운 솥밥도 만들어 나의 감탄을 자아내는 그의 요리의 핵심은 옆에서 보니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꼼꼼함과 정확한 개량에 있었다. 그는 먹고 싶거나 만들고 싶거나 아이와 내게 주문받은 요리가 생기면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으로 그날의 스승을 정한 뒤 정확하고 꼼꼼하게 레시피를 따르고 플레이팅까지 예쁘게 차려낸다. 결국 나는 레시피를 몰라서 요리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귀찮아서 적당히 생략하며 적당히 만들다 보니 적당히 먹을만한 요리를 만드는 것임을 그의 요리를 보며 느낀다. 그는 요리는 정성이라고 여러 번 강조하며 맛있게 먹는 나와 아이를 보는데 사실 나는 요리가 정말 맛있어서 감탄도 하지만 내심 앞으로도 자주 하기를 바람을 섞어 감탄을 연발한다. 물론 정말 맛있는 것이 펙트지만 조리과정의 복잡하고 번거로움을 보면 차라리 내게는 뒤처리를 담당하는 쪽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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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손질부터 마무리까지 기승전결이 뚜렷한 남편의 요리, 전기밥솥 약밥.

남편과 달리 나의 요리의 핵심은 명확하다. 나에게 무리되는 요리는 가급적 만들지 않는다가 핵심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쓰거나, 조리과정이 복잡하거나, 기름이 많이 튀는 요리들을 기피 요리로 꼽을 수 있겠다. 남편은 집밥을(정확히는 한식을) 사랑하고, 아이도 집밥을 좋아하며 무엇보다 두 남자는 나와 달리 집에 있는 시간을 사랑해 나가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요리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매번 요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없으므로 나의 요리는 맛있으면 좋되, 최소 건강을 놓치지 않는 요리를 하는데 의의를 둔다. 만드는 사람이 지치거나 딱히 즐겁지 않다면 더 솔직히는 짜증이 난다면 하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 좋은 요리는 아니므로.

메인 사진의 요리도 간단하다. 토마토, 양파, 시금치 등등 냉장고 속 채소를 썰어서 올리브유에 볶고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어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프리타타와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마늘빵과 군고구마로 맛과 영양을 잡았다. 군고구마는 마트에서 사 온 것이다. 혹은 여유 있을 때 장시간 끓인 미역국에 생선을 굽고 김을 곁들인 식단도 괜찮다. 어떤 날은 자투리 채소들과 멸치를 넣어 육수를 우리고 소면을 삶아 계란지단과 김을 올려낸 잔치국수도 만드는데 우리 집의 인기 메뉴이다. 냄비에 온갖 종류의 어묵을 잔뜩 넣고 끓인 어묵탕도 좋겠다. 나는 이렇게 손이 적게 가는 한 가지 메인 요리를 하고 필요에 따라 샐러드를 곁들이고 나머지는 생략하거나 어머님이 보내주신 반찬 혹은 고구마 맛탕이나 각종 튀김류나 김밥 등의 시판 요리들을 곁들여 식탁의 빈약함을 메운다. 후식으로 과일을 챙겨 먹으면 비타민 보충도 되니 이 정도면 아이의 성장과 우리의 건강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만든 요리는 제법 괜찮지만 내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나는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이다. 요리의 번거로움이나 맛의 문제는 차치하고 나는 나의 요리가 궁금하지 않다. 무슨 맛을 내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모든 조리과정을 알고 답(맛)을 이미 아는 음식이라 나는 나의 요리가 기대되지 않고 웬만큼 배가 고프지 않은 이상 별로 먹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은 없다. 먹을 만큼만 먹고 다음을 기약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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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간단 요리. 무와 대파 새우를 넣고 국을 끓이고 어머님이 보내주신 밑반찬을 곁들였다.

이렇게 차려진 우리 집 식탁에 스미는 온기를 좋아한다. 그 살가운 온기로 조금 더 행복해 지기를. 반복될 일상이지만 오늘은 오늘 만큼의 따뜻함과 사랑이 있기를 바라본다. 따뜻한 봄날이다. 맛있게 오늘의 요리를 먹고 산책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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