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람들의 자랑방식

by Ding 맬번니언

오늘 우리는 친구 커플, 로랜스와 그의 파트너의 집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겉으로 보기엔 언제나처럼 세련되고 단정한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 흐르는 공기는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알고 보면, 그들에겐 지금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찾아와 있었다. 첫 번째 아파트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그 여세를 몰아 더 큰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지만 두 번째 사업이 예상처럼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모아 온 자산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대화의 중간중간 스치는 말투와 눈빛, 그리고 밥상이 지나치게 조용해지는 순간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이지만 모든 것을 다 표현하지 않은 것이 호주스타일이다. 그러던 중,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9월에 있을 그리스 여행, 그리고 내년 3월에 계획 중인 몰디브 여행. 그 이야기가 나오자, 둘의 표정이 어딘가 더 어두워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우리가 무심코 건넨, 그러나 누군가에겐 칼날처럼 들릴 수 있는 말들이었다는 걸.


이곳, 호주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자랑방식이 조금 다르다. 주로 이런 식이다. 여행 이야기, 아이 학비, 주택 리노베이션… 모두 평범한 대화 주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자랑의 언어’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번에 이런 여행을 가. 그 비용은 이 정도야.” “아이들 사립학교에 보내는데 1년에 이만큼 들어.” 말은 하지 않아도, 그 말 사이에 은근한 비교와 경쟁이 숨 쉬고 있다.


물론 그것을 알기에 우리도 자랑하려 했던 건 아니다. 로랜스 커플에게 우리 커플의 문제점을 공유 “우리도 여행 문제로 다툰다”하며 공감의 대화로 시작한 말이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 말이 자랑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의도치 않게 건넨 말들이, 지금 그들에게는 불편한 현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스티븐과 나는 차 안에서 말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오늘 저녁이 유쾌하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때로는 삶이 불편할 때, 다른 이들의 평범한 일상조차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런 감정은 더 깊이 다가오곤 한다.


우리는 오늘, 또 하나를 배웠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때로는 조심해야 할 말이 있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읽어야 한다는 걸. 여행은 우리에게 기쁨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 기쁨조차 아플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우리가 오늘 누리고 있는 평온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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