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유럽 여행의 성패는 시차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시차 적응이 잘 되면 여행의 질이 달라지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고단해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시작은 반은 성공, 반은 실패였다.
새벽 3시, 호주 시간으로는 오전 10시. 우리 가족은 모두 눈을 떴다. 다행히 스티븐과 행복이는 다시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지만,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그 결과 내게는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였다. 그렇게 우리의 아테네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늘 일정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피로가 쌓이면 여행을 즐기기 어려울 테니, 첫날은 그리스 리비에라 해변에서 쉬기로 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몸을 맡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아테네의 휴양지 유적지 중심의 아테네 도심과 달리, 리비에라는 “해변 휴양지”로 유명해요. 여유로운 분위기,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 비치클럽, 요트 선착장이 많습니다.
대표 지역 글리파다(Glyfada): 쇼핑, 카페, 레스토랑, 나이트라이프가 발달한 해안 도시. 불리아그메니(Vouliagmeni): 고급스러운 리조트와 스파, 불리아그메니 호수(Lake Vouliagmeni)가 유명. (자연 온천수가 흘러들어오는 곳) 바르키자(Varkiza): 가족 친화적인 비치와 워터스포츠 가능. 케이프 수니온(Cape Sounion):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절경 스폿, 해 질 녘 풍경이 특히 유명.
즐길 거리 해변: 모래사장에서 수영, 일광욕, 다양한 워터스포츠. 비치 클럽: Astir Beach 같은 프라이빗 비치 클럽에서 럭셔리한 경험. 요트 & 크루즈: 에게해를 따라 당일 크루즈 투어 가능. 미식: 해안가의 생선 요리와 신선한 해산물.
이 경험은 문득 나의 커밍아웃 과정을 떠올리게 했다. 게이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낼 때도 비슷했다. 나 역시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였다. 엄마와 작은 누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지만, 큰누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직 모르신다. 마치 시차 적응처럼, 일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일부는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한 채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힘들다고 해서 억지로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커밍아웃을 할 필요는 없다고. 시차도 억지로 맞추려 하면 몸이 더 힘들어지듯, 커밍아웃도 마찬가지다. 준비된 순간과 관계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더 지혜로운 길일지 모른다.
피곤하다고 해서 낮잠을 자거나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리면, 다음 날 시차 적응은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몸이 순간적인 피곤함은 덜 수 있어도, 결국 긴 호흡으로는 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커밍아웃도 이와 비슷하다. 순간의 고통을 피하려고 서두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억누르다 보면 결국 더 큰 벽에 부딪히게 된다. 중요한 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시차 적응처럼, 커밍아웃 역시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몸과 마음의 리듬을 찾아가야 한다.
결국 여행도, 삶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맞추려 할수록 더 힘들어지고, 시간을 두고 자신에게 맞는 흐름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