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는 이진, 리키는 유리, 주는 옥주현, 나는 이효리

그래서 우리는 핑클(남?)이다.

by Ding 맬번니언

2021년 3월 7일 과거 이야기 (참고로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닌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게이 동생들이 있는데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케이, 리키, 주, 그리고 나)이다. 그래서 노래방에 가면 우리는 늘 핑클 노래를 부른다. 케이는 이진 이 되고 리키는 성 유리가 되고 주는 옥주현이 되고 나는 리더 이효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핑클(남?)이다. 코로나로 지친 나에게 힐링이 필요하다. 나랑 케이가 베트남 여행에서 사 온 그룹 티셔츠를 입고 모이기로 했다. 각기 다른 생업에 종사하는 우리 그룹이 일정을 조율하고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하는 주에 일정에 맞추어 여행을 일요일에 떠나기로 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계속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각자 삶이 바빠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지금까지 가지 못했다. 내 생각은 절대로 가지 못할 것 같다. 다들 너무 바쁘다. 4명이 휴가 일정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해외여행 대신 멜버른 국내 여행이지만 4명 모두 처음으로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감회가 새롭다.

에어 비앤비로 숙소를 잡고 각자 분담한 품목을 준비하고 일요일에 만났다. 산기슭에 위치한 산이 보이는 전망의 아담한 집이다. 집은 비로 작지만 우리만의 프라이빗이 보장되는 단독 하우스로 체크인을 하고 거실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간식으로 준비한 떡볶이, 김말이, 치킨 그리고 어묵국을 먹으면서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 첫날을 보냈다.


둘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멜버른은 하루에도 4계절이 있는 도시로 비가 왔다 안 왔다 한다. 아침으로 주가 솜씨를 발휘해서 멋진 아침을 만들어 주었다.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빗소리를 들으며 수다를 이어간다. 이번 여행은 코로나로 지친 4명에게 힐링이 목적이기에 숙소 안에서 릴랙스 하고 보냈는데 좋았다.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애창곡 핑클에 노래를 불렸다.

우리는 음악에 흐느적거리면서 춤 같잖은 춤을 추면서 핑클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늘 자신감 넘치는 내가 센터를 맞고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율동을 하는 케이 옆에서 얼굴 작고 하얀 희성이가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드디어 옥주현의 고음 파트를 맡았지만 몇 옥타브 낮은 저음으로 웅성 거리는 주까지 아무리 좋게 봐 주려 해도 엉망이다. 누가 보면 나이먹고 주책바가지들이라고 흉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신나게 노래를 불렸다. 산속에 있는 숙소에 한국말로 엄청 시끄럽게 노래를 불렀는데 다행히 주변에서 항의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렇게 우리의 첫 그룹 여행의 아쉬운 둘째 날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브런치를 먹으로 근처 식당에 갔는데 내 눈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계를 주시한다. 그렇다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3시 30분에 행복이를 픽업해야 한다. 그럼 생각보다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이 올지 몰라서 여행의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면서 헤어졌다. 집으로 아니 행복이 픽업하기 위해 학교로 운전을 하면서 이틀 동안 동생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우리는 이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반복된 힘든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어렵게 함께한 이 추억을 기억할 것이다.


2023년 이제는 그룹 핑클처럼 우리도 4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한다는 것을 알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다 같이 모여서 회포를 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바빠졌다. 그리고 다른 동생들도 각자 자신의 삶이 바빠지면서 서로 연락도 자주 못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30 ,40대가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때를 그냥 넘겨서 50대가 되면 친구들을 추억만 해야 할 날이 올것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되면 만나고 기회가 되면 여행하고 기회가 되면 사랑하고 싶다. 시간은 나만을 위해 멈추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동생들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해 볼 생각이다. 다 같이 모일 수는 없어도 일대일이라도 볼 생각이다. 이렇게라도 관계를 유지하고 그래서 다시 한번 완전체로 여행을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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