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큰누나와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고 싶습니다.

제 정체성을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일한 가족 중 한 명

by Ding 맬번니언

어제저녁에는 비가 퍼부었습니다. 특히 멜버른 같은 호주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면 여름이어도 그다음 날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호주의 날씨를 묘사할 때 "하루에 사계절을 경험한다"고도 말하는데, 그만큼 날씨의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행복이는 봄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다시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스티븐은 해외 출장을 갔습니다. 어제랑 다르게 비가 온 뒤라서 아침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김여사와 저는 산책을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발걸음을 동시에 내디뎠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가 뜻밖의 말을 던졌습니다. "너의 큰누나도 내년에 네가 한국에 올 때, 다음 에는 너와 함께 호주에 오고 싶다고 하더라."


큰누나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그녀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호주로 이주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큰누나와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일한 가족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곤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깊은 형제간의 애정을 나누었습니다. 군대에서 짧게 돌아온 휴가동안에도 큰누나는 다른 가족들, 심지어는 매형보다도 저와 보내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생각했습니다. 큰누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매형은 가끔씩 질투를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네 동생이 휴가로 돌아오면 또 며칠 동안 너랑 못 만나겠네?" 이런 식으로 농담을 하곤 했죠. 실제로 결혼 후에 매형이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해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이가 그렇게 좋았는데, 제 성 정체성 때문에 모든 관계가 흔들렸습니다.


이렇게 저희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져 갔습니다. 큰누나는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만을 믿게 되었고, 저는 호주에서의 생활에 대해 더 이상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아 점점 더 간격이 벌어졌고, 이제는 거의 서로의 생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누나와 다시 가까워지길 원합니다.


그것이 가족이랑 남이랑 다른 점입니다. 남은 서로 틀어지면 관계가 멀어지고, 그것으로 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은 서로 같은 핏줄로 연결되어 있어, 무슨 일이 있든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게 됩니다. 그 관계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가족 간의 관계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어려움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항상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큰누나와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고 싶습니다. 호주의 삶, 제가 겪는 일상, 그리고 제가 마주한 다양한 경험들을 큰누나와 함께 나누면서 그녀의 이해와 인정을 얻고 싶습니다. 가족 간의 틈새는 언제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서로에게 기회를 주고, 서로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때로는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과 대면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장애물들이 우리의 인내와 끈기를 시험하며 더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 간의 이해와 수용은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항상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랑과 희망을 가지고 계속 노력한다면 결국 그 노력은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여사의 변화는 그녀가 호주 환경과 제 지인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큰누나 역시 저와의 관계를 다시 재평가하며 변화의 시작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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