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ng 맬번니언 Nov 07. 2023

"마이 프레셔스(My Precious)"

호빗 촬영지를 가다.

"숙소가 정말 좋아. 풍경이 장난 아니야." 스티븐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맞아, 정말 멋지다. 그런데 내 결혼반지 지금 돌려줄 수 있어?" 스티븐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말이야? 네 반지 어디 있는지 몰라." 나는 당황하며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이야, 머드 스파 할 때 네게 맡겼잖아. 기억 안 나?" 스티븐은 조금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모르겠어, 잊어버린 것 같아..." 저는 스티븐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딘가에 두었을 반지의 위치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그 생각에 사로잡혀 제대로 눈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하루가 밝아왔고, 우리는 드디어 제가 몹시 가보고 싶었던 호빗 촬영지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였죠.

스티븐에게 계속해서 어제 방문했던 헬스 게이트에 전화해 보자고 졸랐습니다. 그곳이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터라, 정확히 그 시각이 되자마자 전화를 걸었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반지를 발견하게 되면 연락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해를 구하고 전화를 마친 후, 우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호빗 촬영지에 도착했습니다.


호빗 촬영지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리는 마치 진짜 중간계로의 여정을 시작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어, 모든 것이 실제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잘 정돈된 작은 호빗의 집들, 그 위를 뒤덮고 있는 푸른 잔디 지붕, 그리고 둥근 문과 창문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트장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상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의 큰 그룹으로 움직여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 그룹에는 무려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각자가 가진 개별적인 기대와 흥분이 어우러지다 보니 때로는 조금 불편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개인의 공간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줄을 서거나, 다른 사람의 대화 소리가 우리의 감상을 방해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편함은 호빗 촬영지의 매력적인 아름다움에 의해 상쇄되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영화 속 장면들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세트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배웠습니다. 거기에 각 호빗 집마다 특색이 있어, 어느 한 구석도 같은 모습이 없다는 것도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집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 장소가 주는 마법 같은 느낌을 만끽했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 어떤 반지의 소실보다도 풍성한 추억을 쌓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티븐과 나는 잃어버린 반지의 일로 서먹해진 것을 잠시 잊고, 이 순간만큼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모험과 발견의 기쁨에 빠져들었습니다.

호빗 촬영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저희는 다음 일정으로 로토루아의 헬스 게이트로 돌아갔습니다. 분실물을 찾기 위한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방문했지만, 불행히도 반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스티븐과 함께 숙소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걱정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 30분의 귀환길에서 겪은 폭우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저는 스티븐이 잠시 점심을 사러 간 사이 집 안을 철저히 수색했지만, 반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 골룸이 미친 듯이 반지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반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스티븐이 돌아왔을 때, 반지를 찾았는지 묻는 그의 질문에 '미안해, 찾지 못했어. 혹시 네가 놓친 곳이 있을지도 모르니 네 관점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을까?'라고 부탁했습니다. 스티븐이 한 시간 동안 반지를 찾아보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반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결혼반지를 포기했습니다.

결국, 스티븐은 티파니 반지를 새로 맞춰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날씨도 침울하고, 스티븐의 기분도, 나의 기분도 매우 가라앉았습니다.


내일 호주 멜버른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저희는 짐을 싸며 다음 날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비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고자 차를 타고 근처 폭포를 구경하러 나섰습니다.

폭포로 향하는 길에, 제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분실한 반지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차 안에서 수없이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차 내부를 살폈습니다. 의자 사이의 좁은 틈, 바로 위아래가 연결되는 부분에 손을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손끝에 익숙한 느낌이 왔고, 반지를 손에 쥐었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이 프레셔스(My Precious)"라고 소리쳤습니다. 스티븐이 무슨 일인지, 장난치지 말라며 제게 외쳤지만, 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반지를 찾았어!"라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반지를 찾은 그 기쁨은 영화 속 골룸이 자신의 소중한 반지를 찾았을 때의 그것만큼 강렬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온천을 사랑하는 엄마를 데리고 오고 싶었던 작은 소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