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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mellperfumes Sep 16. 2023

"아기향"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 같아요

향수 광고를 할 때 늘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이국적인 풍경, 화려함을 뽐내는 선남선녀들, 싱그러운 자연, 이런 것들 말이다. 향수 광고 카피에서도 늘 비슷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물론 지역과 문화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말이다. 특정 문화에서 어떤 향이 어떠한 의도, 매력과 이어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인데, 예로 미국에서는 체리라는 단어가 은어로 성적인 뜻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성적인 코드와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면 한국에서는 그런 의미보다는 비싼 외국 과일 정도 이미지가 있었는데 포드의 "로스트 체리" 이후 성적인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다른 예시로 한국에서는 복숭아향이 뭔가 성적인 매력과 남성들을 매료시키는 그런 느낌으로 많이 생각되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복숭아는 전통적으로 성적인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향에서도 이 문화적 코드가 발견되나 싶긴 하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예전에 나는 페로몬 향수 마케팅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abaded695fd0401/36


인간 페로몬에 대한 연구는 한정적이며 인간이 성적 매력을 유도하는 페로몬이 있는지조차 현재 불명확한 상황이고 있다는 논문도 찬찬히 뜯어보면 대부분 피실험자가 매우 적은 숫자이고 연구 설계 자체도 엉성하다고 썼다. 그런데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게, 이런 페로몬 향수를 마케팅한다는 사람들이 늘 꼭 넣는 것이 있다. 바로


"아기향"

"아기피부냄새"


이것이다. 노키즈존이 성행하는 나라에서 아기를 안아본 사람이 뭐 얼마나 되려나 싶긴 하지만, 깨끗한 아기들이면 모를까 아기들은 아직 배변활동과 섭취를 배우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똥오줌, 덜 닦인 토사물, 그리고 침 냄새가 주로 난다. 울다가 콧물이 넘쳐 흘러서 마른 콧물 냄새가 나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가 생각하는 부드럽고 보들보들한 냄새만 나는 건 아니다. 그건 베이비 파우더 냄새다.


아기들한테서 매우 좋은 냄새만 난다고 치자. 페로몬 향수들은 이 향수를 뿌리면 이성에게 매혹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마케팅한다. 그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왜 그런 향수를 팔면서 아기향, 아기 피부 냄새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아기의 몸에서 나는 향을 맡으면 성적으로 흥분되는 사람을 굳이 매료시키고 싶은가? 어째서인가? 나는 누가 그런 말을 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 같다. 통계적으로 많은 아동성범죄자들이 가장 가까운 아동인 자기 자식을 제일 먼저 목적으로 학대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하고 사귀는 것은 본인에게도 만약 2세를 낳는다면 2세에게도 할 짓이 못 된다. 정말로 나는 이 광고 카피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한히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다. 아기처럼 깨끗한 냄새? 보들보들한 무언가? 차라리 그러면 건조기에서 막 꺼낸 보들보들한 스웨터, 이런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싶다. 광고 쓰는 사람들이 나보다 글재주가 뛰어날테니 비유할 수 있는 물건이 무궁무진할텐데 왜 하필 아기향과 성적 매력 어필을 함께 두는지 모르겠다. 아기처럼 순수한 이미지를 원하는가? 순수한 것은 아기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이런 카피는 오히려 페로몬 향수의 "과학적" 근거를 더욱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페로몬 향수 마케팅에 따르면 인간의 성 페로몬을 향수에 넣는다는 건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기는 성 페로몬을 합성하지 못한다! 인간의 아기는 재생산 능력이 없다! 태어나면서 재생산 능력을 갖춘 동물은 내가 알기로는 진딧물 뿐이고 이것은 암컷 진딧물은 무성생식, 즉 자기 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무엇을 넣고 있는 것인가? 아기처럼 향이 나는 것과 성 페로몬은 함께 날 수 없는 향이다.


당신이 어떤 성별이든 상관 없이 당신은 아기의 살냄새를 맡으며 성적으로 흥분하는 사람보다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다. 제발 아기와 관련된 모든 것들과 성적인 매력, 섹슈얼함을 함께 쓰는 짓을 그만 두자. 정말 무슨 나라가 아동성범죄자들의 소굴이 된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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