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4월 10일

by 한우주

짝사랑. 뻔- 한. 상투적인 실연.이라고 관조해보려 한다.

불은 켜지 않는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캔맥주를 마신다. 영상통화가 걸려온다. 글쎄 평소 같으면 받지 않을 텐데 왜 받고 싶지. 문창과 선배의 전화. 일전에 그간 써왔던 글에 대해 조언을 구했었던 선배다. 아무 생각 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긴 시간 이야기했고 아무 생각 없이 울었다.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선배가 말한다.

"내일 여기서 공연하는 데 올래?"

나는 또 아무 생각이 없다.

"좋지. 기다려봐. 표 좀 보자."

전화도 끊지 않고 바로 통영 가는 버스를 왕복으로 예매하고 계속해서 술. 그리고 아침.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왜 간다고 했을까의 의문도 없이 버스를 올라타는데 예매한 좌석에 사람이 이미 앉아 있다. 아씨, 뭐지 - 자기 자리를 몰라, 출발 5분 남았는데.

그렇다. 지 자리를 모르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어제 술기운으로 다다음날로 표를 끊은 것이다. 얼른 달려 나가 취소하고 새로 표를 끊었다. 1분 남겨놓고 전력 질주. 얼굴이 새 빨갛게 달아오르려다 하얗게 질린다. 앉자마자 버스가 출발한다.

나는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아이고 정신 나간 ㄴ. 아 하여간 진짜 한 치 앞이 예상이 안 되는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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