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이런 필통을 잃어버렸다. 아마 버스에서 떨군 것 같은데.
칼로 정성 들여 깎은 연필, 마음에 쏙 드는 무게의 샤프, 10년은 넘은 낡은 녹색 크레용, 꽤 잘 써지는 검은색 똑딱이 볼펜까지.
별것 아닌 사물들 같지만 모두 아끼는 것들인지라 완전히 멘붕이다. 필통이 없다고 생각이 드니까 괜히 뭔가가 더 쓰고 싶어 져서 가방을 뒤적이다가 엉망으로 깎인 연필을 찾았다. 다시 제대로 깎아보려고 하자 꽤 굴렀던 연필인지 계속 톡 톡 부러져 겨우 손에 잡힐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가만. 글쓰기가 이렇게 나에게 중요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낡고 예뻤던 초록색 크레용이 그리워 이러는가.
순간 '지금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연한 문장이 스쳐 지나갔고 그걸 알면서도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이. 한심하다. 당장 내일 죽어야 한다면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서 두려움일까 자만일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가.
해가지고 해가 뜨는 순간까지 생각과 생각 속에 또다시 무언가를 소환하고 기억해내는- 너무도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