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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18,2022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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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만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하고 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전혀 나아질 것 없는 대안 아닌 차선책.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 물이 많이 닿거나 아 아니 씻기는 매일 씻으니까 물도 물이지만 그보다는- 분명 스트레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를 많이 받았다 싶을 때면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에 개구리 알 같은 수포가 가득 차오른다. 이럴 때마다 설거지는 고사하고 세수하는 것, 머리 감는 것도 힘들어지고 심지어는 펜 하나 쥐는 것 도 어려워진다. 미치게 간지러운 것도 문제이지만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나도 모르게 긁어버리는 과정에서 수포가 터져버리면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와. 정말 고통스럽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것이 아니다. 빼곡했던 수포가 터진 자리에서는 끈적끈적한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나오는데 이때부터가 진짜 문제가 된다. 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나는 이게 매우 골칫덩이 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회피의 창구가 된다. ‘아이고 이런, 이런, 오늘은 이 네 번째 손가락이 그것도 하필 오른손가락이 말썽이라 그림 그리기가 매우 불편하니 어쩔 수 없이 쉬어야 되겠네,’라고 말해도 되는 회피의 창구 말이다. 사실 방법은 많은데, 심지어 마티스는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에도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었는데 말이야, 고작 손가락... 아니 아니이- 손가락이어서 그런 거잖아. 하고 또 변명을 한다.

그런 날이다.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 견딜 수 없게 간지럽고, 터지고 뜯어질 때까지 긁어 결국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온, 그렇다고 해서 오늘 뭐 특별할 것 없다. 그냥 손바닥까지 흘러내린 액체를 소독하여 닦아내고 그냥 약을 바르고 그냥 밴드를 서너 개 덧대어 칭칭 감고, 제대로 꽉 은 못 쥐더라도 어설프게라도 다시, 그냥 연필을 쥐면 되는 거다. 이런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냥의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무언가를 결국엔 만들어 내겠지.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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