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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Jul 06. 2022

2022 터키 여행기 - Day 7 셀축

2022.05.21. 셀축 2일 차 - 쉬린제 마을


새벽에 코란 낭독 소리에 깼다. 알고 보니 호텔 방 창문이 쿠란이 나오는 탑에 달린 스피커 바로 앞이다. 아침 기도가 끝나자 한숨 더 자긴 했지만 생각지 않은 기상이 편하진 않았다. 저렴한 호텔이었지만 간단한 조식을 제공했다. 여러모로 처음 묵었던 호텔의 조식이 떠오르는 식사였다.


이국적인 아르테미스 신상으로 유명한 에페수스 박물관으로 향했다. 유적은 많지 않았지만 조용하고 짜임새 있었다. 이 박물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테미스 신상은 오리엔탈적 요소와 고대 그리스 느낌의 경계선에 있는 신상이었다. 아르테미스 신전 양쪽에 있었다는 큰 신상과 작은 신상이 있었는데, 큰 쪽 보다는 작은 쪽이 상아 같은 질감의 돌의 광택도 그렇고 더 느낌이 있었다. 사냥의 여신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다양한 동물 부조와 함께 수많은 풍요의 상징이 달려있는 모습이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상은 좀 더 인간적인 요소가 강조된 반면에 도상학을 모르면 어떤 신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신상들은 사냥의 여신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원래 이 박물관 옆에 있었다는 거대한 아르테미스 신전은 지금은 폐허만 남았다고 한다. 기둥 중에 많은 수가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져서 하지아 소피아의 기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박물관 모형과 일부 구조물을 조합해서 그 거대한 신전의 규모를 상상할 수 있게 꾸며두었다.


느긋히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위해서 쉬린제 마을로 향했다. 굽이 굽이 언덕길을 달린 돌무쉬는 우리를 마을 한가운데에 내려준다. 돌무쉬 정류장부터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물건을 파는 시장이 있었다. 잼이나 향신료 같은 농산물이나 와인 가게 그리고 기념품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활기찬 분위기에 예쁘게 꾸며놓은 곳이 많아서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구경했다. 밭에서 키운 것 같은 딸기가 예뻐서 한 봉지 사서 구석에 앉아서 먹었다. 골목 액세서리 가게 중에 하나가 귀엽게 꾸며져 있어서 들어갔는데 J 씨는 마그넷을 하나 더 샀다. 이번 터키 여행은 한 번이 아니라 가는 도시마다 하나씩 사기로 한 모양이다.


밥시간도 됐고 배도 출출해서 언덕 정상에 잇는 뷰가 좋은 식당을 찾아서 들어갔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집들 중에 하나였는데, 가정집 테라스를 개조해서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한눈에 마을이 전부 내려다 보이는 뷰가 정말 일품이다. 날씨까지 좋으니 맛없는 음식도 용서해 줄 만한 장소다. 운 좋게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보니 할머니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빙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할머니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영어 메뉴와 터키어 메뉴를 대조해가면서 주문 내용을 확인한다. 전에도 먹어본 적 있는 만티, 사르마, 괴즐레메, 치킨 캐서롤을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주변 테이블을 보니 우리를 제외하면 모두 아침 식사 메뉴를 시켜먹고 있었다. 깔려있는 스프레드와 치즈가 풍부했다. 제공되는 기본 빵이 호밀빵, 옥수수 빵, 바게트 등으로 종류가 다양했다. 우리도 아침 메뉴를 시켜먹을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단품 메뉴들도 훌륭해서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와인가게를 찾아들어가서 여러 가지를 시음해보고 하나 골라서 구매했다. 그런데 클래식 와인보다는 과일주가 종류도 다양하고 물량도 많아 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과일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포도로 만드는 클래식 와인은 오히려 괴레메가 훨씬 유명하다고 한다. 왜 괴레메에서는 와인을 내세우지 않을까? 포도로 만든 클래식 와인이 아닌 과일주가 대부분인 셀축의 쉬린제 마을은 와인을 밀고 있는데 반해서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괴레메의 넘치는 관광 컨텐츠로 볼 때, 상품 자체로 경쟁력이 있는 와인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셀축에서 이즈미르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대부분 기차를 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하루에 세 번만 있는 데다가 우리 이동 일정상 버스가 더 나을 것 같아서 공항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원래 이즈미르로 가는 버스인데 중간에 공항에서 내려주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내리라고 하는데, 고속도로에서 공항으로 연결되는 램프 위에 내려줬다. 고속도로 진출로를 걸어가는데 J 씨는 좀 불안해한다. 딱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인도 같은 것도 없고 주변에 보행자라곤 우리 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캐리어를 끌고 길 가장자리로 5분 정도 걷자 공항 입구가 나온다. 그런데 다시 국내선 터미널까지 10분을 걸어야 했다. 기차는 공항 안쪽에 역이 있어서 기차가 더 편할 것 같다. 이즈미르 공항은 김포 공항 정도의 규모는 되어 보인다. 빠르게 수속을 마치고 터키항공 국내선 라운지를 찾아 들어갔다. 쉬린제에서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음식 생각은 별로 없어서 아이란을 한잔 마셨다. 이스탄불과 마찬가지로 탑승 시간에 맞춰서 비행기까지 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느긋하게 쉬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번 국내선 비행은 옆자리에서 갈 수 있었는데, 또 같이 휴 드랍스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번엔 지난번 맛있어 보이던 기내식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파니니 빵과 안에 들어있는 치즈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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