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공부는 어렵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3월과 1학기 동안의 집중기간으로 한글책임교육을 통해 한글을 다 뗄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그러면 많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글을 익히고 다져서 1학년 2학기와 그 이후의 학습활동에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글을 읽고 쓰는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예외가 있다.
학교에서 한글책임교육을 받고도, 가정에서 나름의 사교육을 받고서도 한글을 익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 1학년이기 때문에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떼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럴 수 있다. 아이들 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깨치기가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면 조금만 더 이른 시기에 발견되고 진단되어 중재까지 연결된다면 속절없이 흘러갈지도 모르는 한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
아이들의 소중한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
아이들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
이것들은 내가 요즘 교사로서 아이들의 읽기와 관련하여 고민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한 친구를 만나면서 이 고민을 조금 더 깊이 있게 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지금 공부하는 선생님으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한 동료가 나에게 푸념을 했다.
"선생님. 우리반 한 아이가 'ㅏ'랑 'ㅓ'를 구분을 못해요. 내가 한 시간동안 'ㅏ'랑 'ㅓ'를 가르치고 마지막에 물어봤더니 모른데요. 아. 진짜 교사로서 능력없나봐. 애 한글도 못 가르치고."
한달이 지나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는 그 아이와 함께 한글이 아닌 수학을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한글 뿐만 아니라 수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있었던 아이라 한글은 담임선생님이, 수학은 특수교사인 내가 조금 더 보충학습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수에 대한 학습도 한글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10의 자리가 넘어가면 수인지가 안되어 수를 읽지 못하였고, 구체물이 있어야 10개 이하의 개수를 셀 수 있었으며, 숫자를 쓸 때 좌우를 뒤집어 쓰는 경우도 잦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2자리수로 넘어가면 자릿값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부분부터 해결해야할지 막막하기는 담임선생님이나 나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직 저학년이기에 연산의 기초가 되고 모든 수학적 능력에 기초가 되는 수감각을 키우기 위한 보충학습이 시작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주 쉬운 활동으로 쪼개어 조금씩 그리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수학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애썼다.
그러던 중 담임선생님이 우리반으로 찾아오셨다. 이번에는 그냥 한글지도가 어렵다는 푸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학과 함께 조금씩 병행하여 지도가 가능한지 문의차 들르신 것이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 1차시의 40분이라는 시간을 쪼개어 한글과 수학을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 못해요'라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곤충이나 동물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서슴치 않고 하며, 말도 잘하던 그 친구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시지각의 문제로 인한 난독이 의심되는 상황일까? 아님 단순히 배움이 느린 아이일까? 그것도 아니면 지능의 문제일까? 나는 신이 아니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것을 염두해두되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고 그저 아이의 현재 상태와 아이의 변화에만 집중하여 함께 공부해보기로 했다.
한글, 더 크게 보면 국어와 수학 중에 어느것이 더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듣고 읽은 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면 그 이상의 확장된 학습에는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법이기에, 일단 마음속으로 우선순위는 한글교육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