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분 남았습니다!”
커다란 2단 오븐에서 내뿜은 실습실 안의 열기를 가르며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뭐, 뭐야! 벌써?’
순간, 온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때마침 오븐의 타이머가 울리고 달궈진 철판을 꺼내 갓 구운 빵들을 식힘망에 얹었다.
내 눈은 매섭게 시계를 향했다.
‘앞으로 30초!’
황급히 도구들을 제자리에 밀어 넣고 깨끗한 행주로 작업대를 닦았다. 이렇게 마무리까지 완벽히 해야 이곳을 탈출할 수가 있다. 먼저 끝내고 나간 동기들이 초조하게 날 바라본다.
‘앞으로 3초!’
초침이 심장을 조여 왔지만, 으앗! 하며 터져 나올 듯한 외마디 비명을 삼키며 가까스로 마치고 실습실 밖으로 세이프!
그제야 숨죽이며 기다리던 동기들과 선생님의 안도의 한숨이 일순간 터져 나왔다.
제과 제빵 학교 졸업 시험 품목 중 하나였던 메론빵.
시험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버터 용량을 잘못 넣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반죽하느라 겨우겨우 제한 시간을 지키고 낙제를 모면했다. 그래서일까?
흰 우유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던 달콤하고 폭신한 메론 빵이 나에게는 이때부터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사실 뭐, 메론 빵은 죄가 없지만...
졸업을 하고 제주도로 건너가 베이킹 클래스를 열었을 때도 메론빵은 내 수업 커리큘럼에서 가차 없는 제외 대상이었다. 그날의 장면은 가끔 꿈에서도 나타났다. 그 빵이 뭐라고 이렇게 대책 없이 멘털이 털리다니.
어느 가을날, 일본의 어느 거리를 걷다가 빨간색 외관의 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어머!”
나도 모르게 나오는 탄성. 그 빵집 위에 정말 보름달만 한 메론빵 조형물 간판이 떡하니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뜻밖의 조우에 갑자기 마음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나를 조롱하는 듯한 커다란 메론빵을 뚫어질 듯 한참 쏘아보았다. 마침내,
‘그래! 결심했어!’
결국 난 두 주먹을 꼭 쥐고 당당히 문을 밀고 들어섰고, 결연하게 이 애증의 메론빵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달콤하게 바스슥 부서지는 겉과 달리 속은 공기층을 이루어 폭신한 볼륨감을 주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맛! 트라우마가 사르르 녹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제부터 난 더 이상 너로 인한 달밤의 이불 킥은 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