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Feb 22. 2023

도르르, 바나나 롤케이크

제주도에 베이킹 클래스를 열기로 하고 입도를 하자마자 인테리어로 정신없이 분주했다.

제주도는 건축 자재들을 육지에서 실어 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사 단가가 높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작업 인력을 구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당시 공사를 맡아  건 제주도 업체가 아닌

경기도의 업체였기에 꽤나 여러 가지가

난항이었다.


그날도 정신없는 일로 점심 때가 지나가는데도 한 끼를 먹지 못 현기증.

나는 바다 앞에 망부석처럼 주저앉아 버리기

직전이었다.


근처 밥집을 찾아 겨우겨우 걸음을 옮기고 있던 그때.

눈에 들어온 건 바닷가 앞 아담한 초밥집!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마음으로 식당의 문을 열었다.


점심 때가 좀 지난 시간의 한적한 매장.

"어서오세요!"

단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맞이했다

카운터 석 안에는 목소리만큼이나 단단한 체구의 셰프가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윽고 차분한 느낌의 여자 분이  따뜻한 장국을 내 앞에 내려 놓았다. 나는 밀려오는  시장기에  생각  할 겨를 없이 오마카세 초밥을 주문했다. 동시에 셰프는 묵묵히 초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 편안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후우' 숨을 쉬었다.


장국으로 따뜻하게 속을 데우고 있으니 곧  눈 앞에 차려진 신선한 초밥의 향연.

도톰한 생선회가 얹어진 윤기 있는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생선살이 쫀득하게 씹히며 달근한 밥알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즐거!


그때는 몰랐다.

맛있는 초밥을 선사해 준  식 사장님과

따뜻하게 맞아주던 그의 부인, 부부의 귀여운 남매까지...  나의 절친이 될 줄!


처음이었던 제주살이에 고군분투했던 나.

터를 잡은 선배로서 부부는 내게 늘 힘이 되어 주었다. 고마운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맛있는 디저트 뿐!


초밥집 부부에게 선물 할  나의 필살기  바나나 롤케이크를 도르르...

롤케이크가 마치 그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폭신하고 촉촉한 수플레 케이크 시트와 부드러운 생크림에 싸인 달콤한 바나나.

바나나 롤케이크는 완성 후 잘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루 더 지나면 향긋함과 촉촉함이 배가 된다.

입안으로 한 입 들어가는 순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바로  맛!


낭만을 꿈꾸며 입도한 제주였지만 그런 낭만 바람에 날려야 할 순간도 많낯선 생활.

그 속에서 따뜻하게 나를 품어 준 정다운 사람들…

롤케이크처럼 포근하게 감싸 주었기에 나는 마음 쉴 곳을 든든히 두고 제주에 스며들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다정한 온기 가득한 부부의  초밥 집으로 날아가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