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베이킹 클래스를 열기로 하고 입도를 하자마자 인테리어로 정신없이 분주했다.
제주도는 건축 자재들을 육지에서 실어 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사 단가가 높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작업 인력을 구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당시 공사를 맡아 준 건 제주도 업체가 아닌
경기도의 업체였기에 꽤나 여러 가지가
난항이었다.
그날도 정신없는 일로 점심 때가 지나가는데도 한 끼를 먹지 못한 현기증.
나는 바다 앞에 망부석처럼 주저앉아 버리기
직전이었다.
근처 밥집을 찾아 겨우겨우 걸음을 옮기고 있던 그때.
눈에 들어온 건 바닷가 앞 아담한 초밥집!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마음으로 식당의 문을 열었다.
점심 때가 좀 지난 시간의 한적한 매장.
"어서오세요!"
단단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맞이했다
카운터 석 안에는 목소리만큼이나 단단한 체구의 셰프가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윽고 차분한 느낌의 여자 분이 따뜻한 장국을 내 앞에 내려 놓았다. 나는 밀려오는 시장기에 생각 할 겨를 없이 오마카세 초밥을 주문했다. 동시에 셰프는 묵묵히 초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편안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후우' 숨을 쉬었다.
장국으로 따뜻하게 속을 데우고 있으니 곧 눈 앞에 차려진 신선한 초밥의 향연.
도톰한 생선회가 얹어진 윤기 있는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생선살이 쫀득하게 씹히며 달근한 밥알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즐거움!
그때는 몰랐다.
맛있는 초밥을 선사해 준 식당 사장님과
따뜻하게 맞아주던 그의 부인, 부부의 귀여운 남매까지... 나의 절친이 될 줄!
처음이었던 제주살이에 고군분투했던 나.
먼저 터를 잘 잡은 선배로서 부부는 내게 늘 힘이 되어 주었다. 고마운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맛있는 디저트 뿐!
초밥집 부부에게 선물 할 나의 필살기 바나나 롤케이크를 도르르...
롤케이크가 마치 그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폭신하고 촉촉한 수플레 케이크 시트와 부드러운 생크림에 싸인 달콤한 바나나.
바나나 롤케이크는 완성 후 잘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루 더 지나면 향긋함과 촉촉함이 배가 된다.
입안으로 한 입 들어가는 순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바로 그 맛!
낭만을 꿈꾸며 입도한 제주였지만 그런 낭만은 바람에 날려야 할 순간도 많던 낯선 생활.
그 속에서 따뜻하게 나를 품어 준 정다운 사람들…
롤케이크처럼 포근하게 감싸 주었기에 나는 마음 쉴 곳을 든든히 두고 제주에 스며들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다정한 온기 가득한 부부의 초밥 집으로 날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