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인 수업이 있는 날.
서글서글한 남자 사람 하나가 들어오자 공간이 동시에 환해진다.
사람의 아우라에는 그런 힘이 있듯이 여백을 채우는 은은한 존재감이 빵에도 느껴질 때가 있다.
이탈리안 셰프 밑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는 청년 수강생. 약대를 졸업했지만 요리사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이 길에 들어섰다는 그의 눈은 단단한 결의로 빛이 났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곳으로 방향키를 틀어 항해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나도 마흔 언저리에 그간 하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제과제빵이라는 길로 들어섰었지.
스스로에게 향하는 믿음, 바로 그것이었을까?
오늘의 수업 품목은 치아바타.
담백한 식사빵이라 다소 밋밋할 것 같지만 어떤 재료를 빵 사이에 넣는 냐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변신하는 도화지 같은 빵이다.
그러나 이 심플한 빵을 반죽하는 건 그리 만만치 않다.
순둥순둥한 얼굴이지만 알고 보면 까칠한 카리스마를 품고 있는 격이랄까?
그래서 빵이든 사람이든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반죽기에 강력분과 물, 소금, 생 이스트 그리고 올리브유를 넣자 저속과 고속을 넘나들며 반죽기가 바쁘게 돌아간다.
발효 시간을 거친 반죽은 마치 슬라임처럼 이리저리 흐물거리는 바람에 다루기가 영 쉽지 않다.
의지의 청년도 치아바타 반죽을 맞이하며 꽤나 당황한 모습.
‘청년이여! 여기서 물러서면 아니 되오!’
사투를 벌이며 정성껏 성형한 치아바타 반죽이 잘 예열된 오븐 안으로 차르르 놓인다.
빵들은 이글대는 열기 속에서 여 보란 듯 보기 좋은 모양으로 부풀고 구수한 향기는 작업실을 가득 채운다.
빵이 부풀며 구워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자식 재롱을 보는 듯 흐뭇하다. 청년 수강생도 딱 그런 표정이다.
잘 구워진 치아바타 가운데를 쓱 가르고 싱싱한 양상추, 토마토, 햄, 치즈를 쌓아 올린 후
머스터드소스를 가볍게 뿌려주면 든든한 식사 한 끼로도 충분한 샌드위치가 된다.
도화지 같은 치아바타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듯이 청년도 소중한 경험에 맛을 더하며 탄탄히 쌓아가길 바란다.
약이 아닌 음식으로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멋진 셰프로 거듭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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