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클래스를 열고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먼 곳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내 인생 터닝포트가 되었던 시기에 함께했던 사람들...
그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온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제주도에 입도하기 2년 전, 아버지가 하늘로 떠나셨다. 한동안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마치 마법처럼 문득 떠오르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노래.
무작정 그곳으로 떠났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 여행의 계기가 참 어이없고 황당한 것이었지만,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렇게 향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에서 베이킹 클래스를 열자는 결심까지 하게 될 줄…
그 여행에서 나는 저마다 삶을 고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20대의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며 흔들리던 나를 다잡고 생각을 전환하게 된
시간이었다.
드디어 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제주도의 공기는 샌프란시스코, 그 시간속으로 순식간에 돌아갔다.
웃음으로 피어나는 우리의 추억.
나는 따뜻한 차를 끓이고 케이크와 쇼콜라 봉봉을 내었다.
쇼콜라 봉봉.
깨물어 보기 전까지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초콜릿.
맛있는 커버춰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탬퍼링'이라는 작업을 거친다.
이는 세심하게 온도를 맞추며 초콜릿을 섞는 작업이며 꽤나 까다롭다.
'탬퍼링'이 잘 된 초콜릿은 비로소 좋은 광택과 입안에 녹는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한다.
커버춰 초콜릿이 만들어지면 틀에 붓고 캐러멜, 과일절임, 견과류 그리고 리큐르등 충전물을 넣어 초콜릿을 다시 씌어주면 쇼콜라 봉봉 완성!
나는 이들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쇼콜라 봉봉이 떠오른다. 벽을 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마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생판 모를 중년의 아줌마와 파릇한 20대의 청년들이 그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추억을 공유할 일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시간이 흘러 한국의 제주 섬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러고 보면 인생은 달콤 쌉쌀한 초콜릿의 벽을 깨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재미있는 것 아닐까?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된 여행 에세이는 브런치 매거진 [물 건너로 날아간 시간여행자]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