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우리 콜라보 해보면 어때요?”
언제나 발랄하고 통통 튀던 S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툭 던지듯 그녀가 제안했다. 제과 학교 동기였던 S는 전직 와인 소믈리.
오호라!
케이크와 빵 그리고 와인.
이것은 두말할 것 없는 조합이었다.
평소에도 서로 죽이 척척 맞던 우리.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 된 의식의 흐름은 어느새 디저트와 와인 클래스를 촘촘히 기획하고 있었다.
당시 베이킹 클래스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고 이쯤에서 이벤트를 하고 싶던 차였다.
제주도의 말랑말랑한 봄이 모두 가버리기 전에...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와인과 디저트> 수업을 기획했다. 한 번뿐인 하루짜리 강좌였지만 우리는 그에 어울리는 디저트와 빵을 준비하고 S는 와인들을 신중하게 고민했다.
역시...
함께 일을 해보면 상대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평소에는 그토록 털털하고 둥글한 성격인 S. 그러나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은 어찌나 세심하고 꼼꼼하게 고민하는 모습인지...
나는 내심 놀라며 감탄했다.
‘아! 역시 매력적인 친구!’
참여하는 수강생들에게 알차고 좋은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 벗고 나서 준 그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수업에 대해 여러 번 상의를 해가며 나 또한 와인과 디저트의 페어링을 알아가는 즐거움!
함께하면 시너지가 생기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목표를 세우고 보폭을 맞추어 걸어가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진심이 통할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상대와 균형을 이루어 가면 좋은 에너지는 증폭된다.
제주의 바다에 미풍이 잔잔히 불어오던 봄 그리고 여름 사이의 저녁.
고심하여 선별한 와인들과 디저트가 넓은 테이블을 뿌듯하게 채웠다.
나는 디저트 만들기 시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 바통을 이어받아 S의 와인 강의가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와인과 디저트에 향긋하게 얹어진 S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그 시간을 즐겼다.
마음과 맛이 페어링 되는 시간.
우리의 수업은 성황리에 끝났다.
농담처럼 던졌던 우리의 말은 또 하나의 성과가 되었고 기억에 오래 남을 추억이 되었다.
S와 함께한 즐거웠던 그날이 초여름 파도 소리에 실려 아직도 새록새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