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Oct 26. 2023

입영 전야 2화

플로리다 하늘에 마음을 남겨두고

플로리다에 도착하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어제부터 몸져누워 있는 중이라고 연락을 해온 아들. 

녀석은 엄마까지 여기서 아프면 안 된다며 자기 상태가 나을 때까지는 근처 호텔에서 지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긴, 둘 다 앓아누우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될 것은 뻔할 터였다. 

할 수 없이 아들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근처 호텔에 우선 묵기로 했다. 

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지척에 아이가 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이고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니…. 

이틀 동안을 아들과 통화만 하던  나는, 결국 마스크로 무장한 채 이판사판이란 심정으로 아들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내 이럴 줄 알았지!

버틸 만하다던 아들은 고열과 심한 인후통에 몸살까지 겹쳐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리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단전 밑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한숨.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에서 고이 모셔 온 몸보신 음식들을 펼쳐 놓았다. 

기운 북돋을 민물장어에 양념을 발라 정성껏 굽고 쫀득하고 고소한 전복 버터구이를 만들어 아들에게 먹였다. 그 덕분인지 아들은 빠르게 회복했다.

다행히 내 새끼 살리겠다는 광기 어린 엄마 앞에 놀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를 피해 갔다.


며칠 후, 서서히 아들의 건강도 회복되어 우리는 본격적으로 집 정리며 자동차 처분 등을 하나씩 해나갔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학교 근처에 구글맵을 찍어가며 발품 팔아 구했던 아파트. 

여러 곳 중에 얼마나 심사숙고하며 선택했던가?

이케아와 월마트에서 가구며 가전제품 등을  고르고 사다 날랐던 불과 몇 달 전이 스쳐 갔다.


음악을 전공하는 아들은 처음 독립하여 갖게 된 자기만의 공간에 살림살이와 음악 장비들로 구색을 맞춰가며 즐거워했었다. 그 모습이 선한데 이제는 그것들을  처분해야만 했다.

가구들을 되팔 수 있는 중고시장도 마땅치가 않아 기부 센터에 내놓았다. 


그리고 아들은 아끼던 첫 자동차 마저 너무나 아쉬운 마음으로 중고 시장에 내놓았다.


“아, 나의 붕붕이와 이렇게 마지막 작별을 해야 하는구나.”


첫 자동차란 얼마나 특별한 것인가?

녀석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한가득 묻어났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선택한 첫 자동차를 갖게 되었을 때 얼마나 설레어했는지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아들은 중고차 판매처 직원에게 자동차 키를 넘기며 선뜻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사진 찍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그날만큼은 자기의 첫 자동차 앞에서 여러 컷을 남겼다.

녀석을 보니 괜히 찡해지는 마음에 플로리다의 푸르디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3화에 계속-

푸른 하늘 플로리다의 중고차 센터에서...
이전 01화 입영 전야 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