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Oct 24. 2023

입영 전야 1화

간 떨어지는 통지

어느 날, 1층 우편함에 삐죽이 보이는 우편물 하나. 발신인 ‘병무청’.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병역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였기 때문이다. 

물론, 대상자는 내가 아니라 건장한 대한민국 청년인 나의 아들.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나는 띵해지는 정신을 추스르며 집으로 올라와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그랬다. 병역 검사를 받을 본인에게 알려 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아들은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통지를 알렸고 아들은 씁쓸하고 공허한 웃음으로 받았다.


얼마 후, 아들은 학교에 휴학 신청을 내기로 했다.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자동차를 처분하는 등의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들을 돕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로 출동했다.

평소 여행 할 때는 한국 음식을 싸 들고 다니지 않지만 아들에게 갈 때는 달랐다.

물론 플로리다도 한국 식재료를 파는 대형 마트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공수해서 가져가는 것이 나은 음식 재료들이 있다. 

그중에 아들이 좋아하는 것이 민물장어와 싱싱한 전복인데 보양식에는 이만한 게 없다.

이번에도 미국 세관을 통과하기에 문제없도록 냉동 상품으로 포장된 것을 커다란 캐리어에 고이 담았다.

한국에서 플로리다로 가려면 애틀랜타로 한 번의 경유를 해야 하는데, 이때 미국 세관검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플로리다행 항공편을 갈아타기 위해 캐리어를 이동시켜 수하물 벨트를 지나는 순간이었다.

큰 키에 우람한 체격, 풍겨오는 분위기부터 긴장감을 조성하는 세관원이 나를 불러 세웠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잔뜩 졸았지만, 그가 묻는 말에 나름대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당신의 가방 안에 미국 세관 금지 품목이 없나요?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었습니까?”

“한국에서 포장된 냉동 생선 제품을 가져왔죠.”


긴장한 나는 말을 더듬었지만 찰떡같이 알아들은 세관원은 시종일관 근엄한 표정으로 재차 확인했다.


“정말 그 외의 금지 품목을 가져온 건 아니겠지요? 고기나 햄이라던가?”

“그럼 그럼, 그런 건 없습니다! 사실이라고요. 확실하다고!”


나는 최대한 밝고 해맑은 표정으로 맹세 아닌 맹세를 했다. 왠지 보부상이라도 된 기분으로 말이다.

세관원은 고개를 한번 끄덕한 후 ‘오케이’를 하며 내 캐리어를 통과시켰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나는 환승을 하기 위해 나가려 했지만, 역시 못 말리는 길치답게 방향이 헷갈려 당황하고 서 있었다. 허둥지둥하며 헤매는 나에게 근엄한 세관원은 아까의 경직된 표정을 풀고는 저쪽이라며 나가는 문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아, 땡큐 베리 머치다! 

한고비는 넘었으니 이제 아들이 있는 플리다 행 비행기만 잘 타면 되었다.


-2편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