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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Oct 31. 2023

입영 전야 3화

발등에 불, 떨어지다

그렇게 아들과 한국으로 돌아왔고 아들은 곧  병역 신체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1등급! 

신체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묘한 감정이 드는 아들의 표정.

건강해서 매우 다행이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을 터였다.


그 후 며칠이 지나고 있던 무렵, 금요일이었다.

저녁에 일을 보고 집으로 들어온 나에게 왠지 굳은 표정의 아들이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엄마, 병무청에서 통지가 왔는데….”


왠지 싸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내용을 확인하고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으앗! 뭐야? 이 날짜가 맞아? 정말 이렇게 빨리 나온다고? 어떡해!”


그것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입영일 통지였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끌고 가겠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한 달 후 입대는 정말 너무 하지 않은가? 일순, 눈앞이 하얘졌다.

평소에 감정 표현이 그리 크지 않은 아들도 착잡한 표정으로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말했다.


“언제 가도 가는 거, 오라면 가야지. 뭐.”

“안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단 말이야.”


사실 입영일이 이렇게 빨리 잡힐지 모르고 우리는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심지어 항공권과 호텔 등을 모두 예약해 둔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전면 취소하고 입대해야 하는 것이다.


하필 다음날은 주말이라 병무청에 전화할 수도 없었다.

거의 무념무상의 덤덤한 아들과 다르게 나는 입영일을 연기할 수 있는 사유를 찾아 포털사이트 초록창을 드나들며 방황했다. 나의 안달복달에 아들도 병무청 홈페이지의 입영일 연기 신청 페이지를 열었다.


입영 연기 해당 사유 중에는 ‘24세 이하자로 출국대기 또는 출국자’ 그리고 ‘부득이한 단기 국외 출국’이라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 ‘부득이’라는 조건이 우리처럼 단순 해외여행도 해당하는 것인지 모호했다.

병무청에 통화도 할 수 없는 시간이라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어찌 됐든 아들은 우선 병무청 홈페이지에 연기신청이라도 해두겠다며 차분히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나는 바싹바싹 애가 탔다. 마지막 아닌 마지막 여행도 함께 가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야 하는가? 

잠 못 이루던 그 주말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심란한 주말을 보내고 드디어 월요일. 밤낮을 바뀌어 사는 부엉이 아들도 그날 아침은 벌떡 일어났다.

왜 아니겠는가? 제일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은 본인일 터인데…. 

티는 안 냈지만, 녀석도 내내 깊이 잠들지 못했으리라.  


오전 9시가 ‘땡' 치자마자 득달같이 병무청으로 전화했다.

우리는 스피커 폰을 켜고 상담 내용을 함께 들었다. 

아들이 상황을 설명하니 상담사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 여행으로 출국 예정이면 ‘출국대기’ 사유가 되어 통지된 입영일로부터 최대 6개월간 연기가 가능합니다.”

“어머머! 정말요?”


스피커 폰을 뚫고 난데없이 튀어 나간 나의 탄성!

아들은 그런 나를 ‘아이고, 어머니’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구세주를 만난 듯한 내 외침에 상담사는 연기 사유가 되니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나는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났다는 기쁨에 상담사에게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외쳤다.


그렇게 발등에 불 떨어진 듯한 입영 날짜는 겨우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전화를 내려놓자마자 아들에게 외쳤다.


“아들아, 짐 싸자! 도쿄와 나고야가 우리를 기다린다!”


-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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