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탁탁” 둥근 볼에 박력분을 체 치는 소리.
또 다른 볼에는 달걀을 깨뜨려 매끈하게 풀어 준 뒤 박력분과 설탕을 넣은 볼에 조금씩 부어 천천히 섞어 주고 거기에 녹인 버터를 넣어 한번 더 부드럽게 섞어 주면 크레이프 반죽 완성.
벚꽃 소식이 찾아온 제주는 살랑 이는 봄바람으로 온통 설렘의 물결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작업실에는 여유로운 공기가 흐른다.
제주에 베이킹 클래스를 연 이후 오랫동안 수강생으로 인연을 이어온 그녀.
마음만큼이나 예쁜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나와 함께 베이킹에 흠뻑 빠져 있다.
오늘의 디저트는 둥근 프라이 팬 만있으면 오븐 없이도 만들 수 있는 크레이프 케이크.
다만 한 장씩 얇게 여러 장 부쳐 내야 하는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크레이프를 보니 프랑스로 갔던 신혼여행이 떠오른다는 그녀의 눈가엔 이미 추억이 가득하다.
풋풋한 대학 시절 커플로 만나 그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진 부부.
신혼 여행으로 다녀 온 프랑스에서 남편과 함께 먹었던 크레이프가 특별함으로 남았다고…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서로 위하는 마음이 깊은 그 부부의 모습.
크레이프의 추억이 주는 의미가 어떠한 것일지 충분히 공감되었다.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들고 있자니 마치 사람의 인연을 쌓아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좋은 인연이란 처음은 작은 시작일 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서로 애정과 신뢰를 한 장 한 장 함께 쌓아가는 것.
부부의 관계뿐 아니라 여러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과정일 테지...
케이크 켜켜이 채울 달콤한 크림을 만든다.
크레이프 한 장 깔고 크림을 바르고 또 한 장 얹고 크림을 바르고…
점점 높아지는 크레이프 케이크.
한층 한층 쌓을 때마다 그동안 이곳 제주에서 만난 소중한 수강생들을 한 사람씩 떠올려본다.
“선생님! 이 케이크를 제가 직접 만들다니 제과점에서 파는 것 같아요!”
손수 만든 완성품에 기뻐하며 수강생들이 종종 했던 말 이다.
“여러분! 정성껏 만드신 이 케이크는 그 어디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맛있고 값진 것이랍니다!”
나의 제주 바다 베이킹 클래스에서 그대들은 맛있는 케이크를, 나는 달콤한 인연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