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나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 한 인생 영화 <카모메 식당>
이 영화는 한 일본 여인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카페를 열고 다양한 사연으로 그곳에 모이게 되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담아낸 2007년 작품이다.
드리퍼에 담은 커피 가루 속에 검지를 살짝 찔러 넣고 “코피 루왁!”하고 주문 거는 장면이라던가 맛있는 냄새 가득한 시나몬 롤을 구워내는 장면들은 나도 언젠가 카모메 식당 같은 소중한 공간을 바닷가에 만들리라 다짐하게 했다. 실제로 나는 영화를 본 몇 년 후, 제주 바다 앞에 베이킹 클래스라는 나만의 공간을 열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로망을 실현해 나가고 있던 2018년 여름.
너무 소중해서 아껴두던 핀란드 헬싱키로 떠나보자 결심을 했고 이왕 북유럽을 가는 김에 몇 나라를 함께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다지 여행 정보가 많지 않았고 동선 짜기도 쉽지 않아 머리를 굴려보던 차에 결국 나는 북유럽 5개국 여행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마지막 여행지인 헬싱키에서부터는 며칠 더 연장해서 단독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북유럽에서의 12박 14일 일정.
덴마크를 시작,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를 거치며 패키지여행답게 짧지만 핵심적인 여행을 끝내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해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던 그날…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아드는 항구 주변에는 사람들로 활기찬 로컬 마켓과 도로에는 ‘나는 북유럽이요’ 뽐내는 트램들이 여유롭게 지나고 있었다. 이미 콩깍지가 씔 대로 씐 내 눈에는 영화 속 청명한 색감이 헬싱키의 여름 풍경 속에도 온통 스며있는 듯 보였다. 설렘으로 먼저 찾은 곳은 중심가 쪽 대형 서점 안의 카페 알토.
카모메 식당 주인 사치에는 이 카페에서 우연히
일본에서 날아온 미도리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지도를 펼쳐 눈을 감고 찍은 곳이 헬싱키였기에 오게 되었다던 미도리. 어디든 상관없이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는 그녀에게 ‘떠나고 싶을 땐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라던 사치에의 담백했던 그 말은 왠지
여운을 주었다. 그녀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던 카페의 오렌지 빛 조명 아래에서 나는 누구라도 붙들고 ‘드디어 내가 여기에 왔노라’ 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감동을 그대로 이어 줄 곳으로 향한 덕후 아줌마의 다음 행선지는... 나의 핑크빛 로망이 되어 주었던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은 내부 구조가 약간 바뀌어 있었지만 카페 분위기도 간판도 분명 영화에 등장했던 그 느낌 그대로였다. 옅은 스카이 블루와 화이트의 깔끔한 내부, 따뜻한 느낌의 나무 테이블, 주인공이 심혈을 기울이던 주먹밥도 시나몬 롤도 실제로 메뉴에 들어 있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터져 나오는 감동을 겨우 속으로 삼키며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렸다. 나에게 꿈을 수 있게 해 준 영화, 그 자리에 들어와 있으니 새삼 인생은 어디로
흘러 갈지 알 수 없어 재미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음날, 영화 속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그리고 리이사가 앉아 여유롭게 오후를 즐기던 <카페 우르슬라>로 향했다. 바닷가를 따라쭉 걸으니 그 끝머리에 나타난 통유리 외관의 식물원 같던 근사한 카페… 그녀들이 앉았던 바다 앞 , 따스한 햇살, 테라스 자리….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좋겠어요’ 라며 부러워하던 마사코에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라고 담담하게 사치에는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 그게 어느 쪽이든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쩌면 아주 어려운 일 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머문다. 익숙하고 때로는 버겁게 여겨지기도 했던 내 주변의 관계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던 카페 알토에서... 인생의 알 수 없는 흐름에 들떴던 카모메 식당에서... 반복이라 여겼던 하루하루가 사실은 늘 새로운 무엇을 가르쳐 준 시간이 아니었을까. 카페 우르슬라 앞의 바다... 내 앞의 시간도 고요하게 찰랑이는 저 작은 물결처럼 흘러가겠지...
나는 그날의 바다, 그 자리에 한참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