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퀘벡
사랑하는 계절 가을이 왔다.
마흔 중반에 다다르니 그 어감 때문일까 왠지 더 무겁게 다가오는 묘한 기분.
그렇다고 나이를 먹어가는 게 그리 싫지 만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불혹의 중간쯤에서
나는 아직도 여전히 많은 것이 새롭고 서툰 사람이었다.
2주 동안의 캐나다 여행은 그 시간에 서 있는 나를 좀 더 잘 받아들이고 싶어 떠났던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시작으로 토론토, 몬트리올을 거쳐 퀘벡으로의 여행.
그러나 경유 항공편을 이용했던 캐나다 여행 첫 시작은 황당하게도 캐리어 분실 사건으로 막을 열었다
그러나 경유 항공편을 이용했던 캐나다 여행 첫 시작은 황당하게도 캐리어 분실 사건으로 막을 열었다.
3일 동안이나 붉은 립스틱으로도 감춰지지 않았던 추레한 나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격한 나는 어느 중견 배우가 TV에서 외쳤던 ‘나이야~가라!’를 마음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이 오랜 세월을 지나 온 거대한 자연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신생아인가!
런 생각이 드니 용기가 급 솟아 올라 도전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토론토 CN타워의 에지 워크!
높이 447미터에 위치한 데크 밖에서 로프 두세 줄에 몸을 의지한 채 좁은 난간 끝을 걷는 액티비티였던 것이다. 그래 나를 시험해 보자! 하지만 이 비장함이 무색하게도 에지 워크를 도전하는 사람들 중에 연세가 많은 분들도 꽤 계셨고 나이 타령이나 하던 내가 이내 부끄러워졌다.
토론토의 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기차 안에서 맥주를 즐기며 향한 몬트리올. 여행의기대감을 한껏
채워가고 있던 어느 날.
본격적으로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일일 단풍 투어를 신청하고 몽모랑시 폭포를 비롯해 근교의 단풍 명소로 출발했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의 조화는 온통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고 나는 그 속에서 카메라 버튼을 누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근사한 단풍놀이를 마치고 저녁 무렵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온 몬트리올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얄궂게도 2차 캐리어 분실 사건!
나는 그날 캐리어를 가지고 투어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에 투어 출발 전 담당 직원에게 짐칸에 실어주길 부탁하고 버스에 올랐었다. 그런데 이 사달이 난 후 확인해보니 내 짐은 엉뚱하게 다른 버스에 실려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오 마이 갓!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어로 알아듣던 말던 거침없이 항의했고 따발총처럼 몰아붙이는 동양 아줌마에게 쩔쩔매던 직원은 내일 오전 중에 꼭 찾아 놓겠다며 겨우 나를 달랬다.
또다시 수난을 맞은 불쌍한 나의 캐리어를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고 쓸쓸한 밤을 보내야 했다.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호텔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은 고풍스럽고 웅장한 멋을 자랑했고 그 앞 광장에서 들려오던 색소폰 연주자의 드라마 OST는 반가움을 더했다.
경사가 가팔라서 ‘목이 부러지는 계단’이라 불리는 쁘띠 샹플랭의 상점가는 한낮의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그 거리에서 한국과 퀘벡의 시공간을 이어 주었던 드라마 속 도깨비 문을 진짜로 찾게 되다니... 마치 당장이라도 어디선가 드라마 주인공이 롱 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날 것만 같았다.
낭만과 공감이 가득했던 사랑스러운 퀘벡에서 가끔 날아드는 소중한 이들의 문자 메시지에 더욱 진한 고마움으로 나도 그곳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전했다.
이러한 혼자만의 뚜벅이 여행도 꽤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날,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안 황금빛 우체통에 나는 엽서를 띄웠다. 한 장은 먼 곳에 있는 그리운 아들에게, 그리고 또 한 장은 이 시간들을 언젠가 그리워할 한국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