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그리움을 싣고

미국 포틀랜드

by 시간여행자



벽화 거리 Alberta Street과 포틀랜드 다운타운

Keep Portland weird!

포틀랜드를 이상한 채로 내버려도라니. 슬로건마저도 개성과 자유로움이 넘치는 그야말로 힙한 도시, 포틀랜드.

미니멀 라이프,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는 매거진 <킨포크>가 태어난 미국 오레건 주의 포틀랜드는 일명 ‘킨포크 라이프’란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오죽하면 ‘오레건 주의 홈리스들은 오가닉 아니면 안 먹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도시 곳곳, 건물 외벽의 멋진 벽화나 감각적인 디자인 상품이 가득한 상점들,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자리한 거리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나에게 포틀랜드는 여행지라기보다는 당시 그곳에서 공부 중이었던 아들을 만나러 다녀오던 애틋한 곳이다. 2014년 9월. 처음 포틀랜드에 발을 내디뎠을 때 깨끗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풍경을 마주하고는 마음에 쏙 들었다. 여느 미국 대도시의 복잡한 다운타운 분위기와는 다른 느긋한 흐름…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들이 지내게 될 곳이 그런 포틀랜드라 마음이 좀 놓였다.

세계 최대 규모 독림 서점 <파웰 북스>와 친환경을 지향하는 포틀랜드 대중 교통

늘 곁에 품고 있을 것만 같던 아이를 그렇게 낯선 환경에 남겨 두고 떠나오던 포틀랜드는 나에게 그리움과 반가움 같은 여러 감정이 섞여 더욱 아련한 곳이다.

아이가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던 시기 동안 나는 1년에 두어 번 오고 가게 되었고 몇 달 만에 만날 때마다 폭풍 성장해 있는 아이 모습에 뭉클했던 시간들이 스쳐간다.

포틀랜드에서 짧은 기간 동안 함께하는 시간들이 아깝고 아까워서 아이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있는 순간들을 더욱 소중하게 보냈다. 해가 지날수록 아들도 점점 그곳에서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 가게 되었고 그렇게 커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이제 정말 내 품을 조금씩 떠나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실감에 마음 한편이 왠지 짠하기도 했다.

포틀랜드 오리지널 브랜드 <STUMP TOWN COFFEE>

자연과 물이 좋은 지역이라 많은 맥주 브루어리들이 발달해 있고 포틀랜드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STUMP TOWN COFFEE> 를 비롯해 진한 커피 향을 품은 카페들이 낮은 채도의 아늑함으로 자리해 있다. 다양한 맥주와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는 것이다. 여기저기 맥주 브루어리를 찾아다니며 즐기는 재미가 어찌나 좋은지...

포틀랜드에서 내가 머무는 기간 중에 아들이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면 나는 나대로 여행자의 모드로 홀로 그곳의 날들을 보냈다.


오레건의 날씨는 쾌적하고 맑다가도 종종 갑작스러운 비가 쏟아지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그친다. 변덕스러운 날씨조차 마음에 드는 포틀랜드의 분위기.

포틀랜드에서 특히 좋아하는 거리 노스 웨스트 23번가. 아기자기한 그 거리는 그야말로 힙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다양한 로드샵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에 훌쩍 자리 잡고 먹었던 잘 구워진 포크 스테이크 그리고 곁들인 오레건 산 피노누아 한 잔은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 거리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키친 브랜드 매장들이 몰려 있기 때문인데 매장만 구경하고 있어도 시간은 소리 소문도 없이 흘러가 버린다.

노스 웨스트 23번가의 키친 웨어 쇼핑몰

어느새 나의 양손에는 묵직한 쇼핑백들과 영수증들이 뭐에 홀린 듯이 꼭 쥐어져 있었다. 아무리 포틀랜드에서는 킨포크의 미니멀 라이프라 해도 나에게 이번 생에는 무리인가 보다. 심지어 미국의 다른 주와는 달리 오레건 주는 소비세도 없다는 큰 매력까지 있으니 어쩌면 좋은가!

그렇게 엄마표 밥상을 차려 함께 했던, 하루하루가 아쉬웠던 나날들.



파이오니어 광장의 각국 이정표 -우리나라 ‘울산’이 있음

이윽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늘 눈물 바람이었던 그때의 시간들은 가족의 소중함이 한가득 넘쳐,

나 또한 부쩍 자라게 해 준, 눈부신 날들이었다.

5년 후 아들은 포틀랜드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포틀랜드에는 아직도 아들의 청소년 시절이 여기저기 잘 새겨져 있을 테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붙잡아 두고 싶은 어느 날, 나는 다시 그 그리운 거리에서 애틋했던 시간들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여행자의 이름표를 달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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