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없애기

나의 생각은 나의 인생이다.

by 김진산

07장. 스트레스 없애기, 뇌 포맷하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그 사람이 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s where your mind is going.
Where your mind goes, there you are."
- 스와미 시바난다 (Swami Sivananda)


산, 삶의 쉼표를 찍는 곳

고도로 복잡하고 숨 가쁜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과도한 업무 압박,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복잡한 인간관계의 갈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끊임없이 짓누른다. 이러한 스트레스라는 삶의 불가피한 오차를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며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는 그 해법으로 주저 없이 ‘산행’을 추천한다. 자연 속에서의 시간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함으로써 잃어버렸던 활력을 되찾아준다.


Y사장의 변신, 산이 준 선물

나의 오랜 지인인 Y사장은 수년간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심각한 비만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창 시절 이후로는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등산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Y사장과 오랜만에 함께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는 시작부터 몹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한 시간쯤 걸었을까, 그는 더 이상 도저히 못 하겠다며 포기하고 하산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나는 그에게 미리 준비해 간 피로 해소제를 건네고, 잠시 쉬면서 그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간신히 그를 달랬다. 결국 우리는 다른 등산객들보다 2시간이나 더 늦게 겨우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나 고통스러웠던 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Y사장은 신기하게도 등산 후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며칠간 근육통에 시달렸지만,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적으로도 한결 개운해진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 후부터 그는 나와 함께 조금씩 산행을 즐기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일반적인 등산 코스는 시시하다며 암벽 등반까지 강력하게 추천하는 열렬한 산악인이 되어 버렸다.

Y사장은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신기하게도 사업의 꼬이고 어려웠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풀리는 것 같다며 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고, 막혔던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어려운 상황을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특히 사업이 힘들 때마다 첫 산행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만큼 힘들지는 않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고백했다. 단 한 번의 힘겨웠던 산행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것이다. 그는 산을 통해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강인함과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얻었다.


뇌 포맷, 스트레스 해방구

나는 평소 산행 모임에서 등산이 우리 몸과 마음에 그토록 좋은 이유를 설명할 때 다음과 같은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만약 여러분이 매일 사용하는 사무실 컴퓨터가 갑자기 심하게 느려지거나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백신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임시 파일을 삭제하는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을 시도해 보겠지만,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귀찮고 힘들더라도 하드디스크를 깨끗하게 포맷하고 운영체제와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새로 설치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포맷을 하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데이터가 깨끗하게 삭제되고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포맷 후 컴퓨터는 놀랍게도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마치 처음 샀을 때처럼 말이죠. 이제 컴퓨터는 내가 입력하는 모든 명령을 거부하거나 오류를 일으키지 않고 최상의 효율로 완벽하게 실행합니다.

우리의 뇌 또한 컴퓨터와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스트레스라는 악성 바이러스에 시달리다 보면 뇌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업무 효율성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스트레스만 더 쌓이고 엄청난 짜증과 무기력감에 휩싸여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약물 치료나 정신과 상담으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바로 그때가 우리의 뇌를 포맷해야 할 시점이다. 마치 컴퓨터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듯이, 우리의 뇌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본래의 건강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산행’이다. 산행은 마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깨끗하게 포맷하는 것처럼, 복잡하고 지친 우리의 뇌와 마음을 깨끗하게 리셋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뇌를 괴롭히는 스트레스 바이러스를 말끔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산행을 통해 뇌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의 여유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놀랍게도 산행을 하다 보면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고민들이 저절로 줄어들거나, 심지어 획기적인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일 중독, 번아웃의 늪

사실, 나 또한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등산을 왜 하는 거지? 어차피 힘들게 올라가 봐야 다시 똑같은 길을 되돌아 내려와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라며 노골적으로 산행을 폄하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철저한 ‘워커홀릭(Workaholic, 일 중독자)’이었다. 시간이 나면 무조건 회사 일에 매달렸고, 휴일에도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등산만큼은 시간 낭비가 심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극도로 꺼렸다. 헬스클럽에서 고강도 운동을 몇 시간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나이 많은 직원의 끈질긴 권유로 마지못해 함께 등산을 하게 되었다. 한여름 땡볕 아래 6시간이나 진행된 산행은 거의 20년 만이었다. 하산할 때는 그 혼이 빠져나간 듯 기진맥진하여 ‘다시는 산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으며, 특히 무릎은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역시 등산은 시간 낭비가 심한 최악의 운동이라는 나의 굳건한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산, 홀린 듯 이끌리다

다음 주말, 나는 예전처럼 어김없이 사무실에 틀어박혀 혼자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은 하면 할수록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 생각하며 쉴 새 없이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봤다. 신기하게도 며칠 전 격렬한 산행으로 인해 욱신거리던 근육통도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사무실 창문 너머로 멀리 보이는 푸른 산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산에 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억누를 수 없이 솟아올랐다. 마치 오래된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처럼, 자꾸만 산이 아른거리고 나를 부르는 듯했다.

몇 번이고 망설이던 나는 결국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고, 홀린 듯이 산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지난주 억지로 끌려왔을 때와는 달리, 훨씬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땀을 흘릴수록 몸은 가벼워졌고, 머릿속은 점점 더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등산 후에는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 만성 비염으로 자주 고생했는데, 신기하게도 비염 증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또한, 고질적인 경영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 증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땀을 흘리며 산길을 걸었을 뿐인데, 마치 마법처럼 몸과 마음의 병이 치유된 것이다. 그날, 내 스스로 산에 가기로 결정하고 혼자 산행을 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나는 사람들에게 그날의 기이한 경험을 “마치 산신령이 나를 부르는 듯 홀린 듯 산행을 했다”고 묘사하곤 한다.


뇌 포맷, 힐링의 시작

산행을 하다 보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과 걱정, 그리고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던 스트레스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 대신 푸르른 나무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어느새 근심 걱정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산 정상에 올라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깨끗하게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다. 과학적으로도 산행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안정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산림욕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또한, 걷기 운동은 뇌 혈류량을 증가시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꾸준한 산행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것은 육체적 활동과 자연과 교감이 뇌 기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산행은 마치 우리 뇌의 과부하를 해소하고, 신경망을 재정렬하는 것과 같은 ‘힐링’의 과정이다.


다양한 힐링,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물론, 모든 사람에게 산행이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될 수는 없다.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격렬한 수영이나 축구, 혹은 섬세한 골프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고요한 음악 감상이나 명상, 또는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뇌 포맷’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산행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산행을 하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 자신의 고민은 한없이 사소해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업무에 지쳐 무심코 화를 냈던 직원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등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회복되기도 한다. 이처럼 산행은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며, 업무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업무 능률 향상과 피로 감소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일상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제거하고, 나아가 우울증이나 불면증 예방에도 산행은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는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그 중에서도 산행은 특별한 장비나 비용 없이 누구나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은 폐 기능을 향상시키고, 심장을 강화하며, 등산 중 흘리는 땀은 칼로리 소모를 촉진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 특히 경영자에게 산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말이나 휴일을 활용해 산행을 하는 것은 건강한 삶과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최적의 운동이자 마음 수련법이다. 이제 컴퓨터를 정기적으로 포맷하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주기적인 포맷 작업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산행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성비)가 좋고 탁월한 것은 없다고 확신한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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