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노는 놈

인생은 경험으로 하는 게임이다. 즐겨라!

by 김진산

08장.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리고 노는 놈


"어른은 놀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나이가 아니라, 놀이의 가치를 잊어버린 사람이다."
"An adult is not someone who no longer needs play,
but someone who has forgotten the value of play."
-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


성적 지상주의의 착각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나가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과거의 기대치와는 사뭇 다른 현재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학교 다닐 때는 성적이 우열을 가리는 유일한 기준이었고, ‘저 친구는 당연히 성공할 거야’ 혹은 ‘저 친구는 평범하게 살겠지’ 하는 막연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는 더 이상 성적순으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한다. 도리어 학업 성적이 하위권에 속했거나,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던 소위 ‘날라리’ 친구들이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한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그 중에는 서른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제법 큰 규모의 사업체를 일궈 자가 주택을 장만할 정도로 성공한 친구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담배를 피우다 걸리거나 음주로 정학을 전문적으로 당하며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한 친구는 졸업 후 수십 개의 점포를 거느린 유명 식당 체인점의 본사 사장이 되기도 했다. 반면, 학창 시절 내내 상위권에 머물며 장학금을 받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앞날이 탄탄대로일 것이라 여겨졌던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사회적으로도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동창회에서 마주한 친구들의 모습은 학창 시절의 성적순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처럼 사회는 학교에서의 성적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성, 즉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능력, 위기 대처 능력, 창의성,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속담이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놈 위에 노는 놈’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하나의 진리처럼 번지고 있다.


잘 노는 것이 경쟁력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는 것’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은 “내 하루의 삶 속에서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서 ‘기분 좋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대개는 일이 아닌 ‘놀이’에서 오는 즐거움과 만족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최근에는 "잘 노는 것이 경쟁력" 혹은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올 만큼, 놀이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서 부각되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행복과 성공의 기준은 다르지만, 잘 놀수록 자신이 원하는 행복과 성공을 남보다 빨리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잘 노는 능력은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찾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회사에서 영업 실적이 뛰어난 직원을 보면 의외로 체육 대학 출신이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사회에서도 체육 전공자 중 사업을 잘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단순히 운동을 잘하는 것을 넘어, 팀워크, 끈기, 승부욕,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사회성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체육 전공 학생들은 다른 전공 학생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그들이 ‘노는 것’ 또한 더 잘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놀이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한 유연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놀이가 창의력과 경쟁력을 키운다

김정운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잘 노는 것’이 곧 창의력으로 이어지고, 그 창의력이 곧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노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지구력이 필요한 것, 또 창의성이 요구되는 부문에서는 우리는 아직 선진국들에 많이 뒤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우리가 잘 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 사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자 성공의 유일한 경로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창의적으로 놀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놀이는 고도로 높은 인지 능력을 요구한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상상력, 의사소통 및 협력 능력, 감성 지능 등을 종합적으로 발휘하는 과정이다. 잘 노는 사람일수록 운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능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열린 사고방식과 긍정적인 사회성을 기른다. 그들은 시험 점수만을 위해 책상에 파묻혔던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놀이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하며 폭넓은 경험을 축적한다. 이러한 경험은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놀이는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닌, 자기 계발의 중요한 과정이다.

놀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몰입은 결국 높은 업무 효율성과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놀이는 자기 목적적이며, 고도의 몰입을 통해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세대 간 놀이의 간극

현재 50~60대 이상 세대는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단순히 시간과 돈이 없어서 놀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시간과 돈이 있어도 놀이 방법을 몰라 어색해하거나 시간을 허비하곤 했다. 그 세대는 ‘놀이’ 자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 또한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당장 먹고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모와 자식을 위해 오로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자 성공의 유일한 길이라 여겼기에, ‘노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책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그 시대의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미덕이었고, 대한민국을 오늘날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물질적인 삶에 여유가 생기고,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노는 것’이 사업의 주요 경쟁력이자 개인의 행복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노는 것만큼 성공한다’는 말보다 ‘노는 것만큼 행복하고 성공한다’는 말이 더욱 어울린다. ‘놀이’ 자체가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잘 노는 삶, 행복한 성공으로 가는 길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한민국은 ‘놀이 문화’가 한류(K-Culture)가 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K-게임 등은 이제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보편적인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집에서 구박받으며 게임에만 몰두하던 이들이 이토록 환영받는 시대가 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처럼 세계 속에서 확산되는 한류의 성장은 대한민국이 문화 대국으로 세계인에게 환영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놀이라는 개별적인 활동이 모여 더 큰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노는 것’을 배우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여행을 통해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취미 동호회에 참여하여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스포츠를 통해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은 모두 ‘놀이’의 확장이다. 이러한 경험은 사람을 더욱 창의적으로 만들고, 포용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성공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이제 ‘노는 것’을 배우는 것은 행복과 성공을 위한 중요한 단계이자, 자신을 발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노는 것’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잘 노는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창의적 사고와 긍정적인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성공과 행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노는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점들을 인식해야 한다. ‘노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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